7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독주회 1, 2부 순서가 끝나고 십수 차례의 커튼콜 후에도 객석의 박수는 그칠 줄 몰랐다. 또 다시 무대로 불려 나온 연주자는 "이제 정말 마지막 한 곡"이라고 말하려는 듯 청중을 향해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이어진 곡은 7번째 앙코르 곡인 슈베르트의 '자장가'(고도프스키 편곡). 공연은 대중가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관객 호응으로 앙코르 연주시간만 30여분이 걸렸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주로 400~60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에 섰던 손열음은 이번에 2,500석 규모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처음으로 리사이틀을 열었다. 관객과의 소통과 교감을 중시하는 피아니스트의 철학은 대형 무대에서도 유감없이 그 위력을 발휘했다.
전ㆍ후반 각기 달리 입은 두 벌의 드레스와 두 대의 피아노 스타인웨이와 야마하. 쇼팽과 프로코피예프, 무대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는 알캉과 카푸스틴의 곡까지 직접 고른 레퍼토리. 준비가 철저했던 만큼 공연은 거칠 것이 없었다.
공식 프로그램은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손열음의 장기가 빛나는 시간이었다. 익숙한 쇼팽 뒤에 배치한 알캉의 '이솝의 향연'은 젊은 음악가의 패기가 돋보이는 연주였다. 그가 직접 프로그램 책자에 "모든 피아노 테크닉이 총출동하는 곡"이라고 설명을 붙인 이 난곡을 큰 무리 없이 소화하면서 객석 분위기는 차츰 고조됐다.
앙코르는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으로 꾸몄다. 첫 곡인 미국 작곡가 볼콤의 '에덴의 정원'을 연주하면서는 발을 구르고 손가락 관절로 피아노 뚜껑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퍼포먼스를 같이 보여줬다. 여기에 관객의 박수를 유도해 연주에 방점을 찍었다. 재즈에도 부쩍 관심이 많아진 손열음은 재즈 버전의 모차르트 '터키행진곡'(파질 세이 편곡)을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3번 3악장, 리스트 '라 캄파넬라', 쇼팽 에튀드 23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3악장(파인버그 편곡)에 이은 여섯 번째 앙코르 곡으로 들려주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밤 11시 넘어서까지 이어진 팬 사인회를 마친 손열음은 이튿날 미국 공연을 위해 출국했다. 29일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 무대로 고국 팬과 다시 만난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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