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가 임직원 명의로 공장부지용 땅을 불법 매입하면서 사용한 67억여원의 출처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 일각에서 떠돌던 GS칼텍스 비자금 존재 여부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특히 GS칼텍스 측이 2011~2012년 임직원 명의로 여수국가산업단지 후보지에 땅을 매입할 당시 회사 명의로도 24필지를 사들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명의신탁과 부동산 매입자금 실체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10일 GS칼텍스가 임직원들 이름으로 공장부지용 땅을 매입하면서 사용한 자금의 출처를 캐기 위해 회사 측에 회계 장부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한 소명에서 GS칼텍스 오너의 비자금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회계 자료 요청은 부동산 매입자금의 출처에 대한 관련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명의신탁을 통한 땅 매입을 주도한 GS칼텍스 김모 전무와 명의를 빌려준 임직원 11명은 경찰 조사에서 땅 매입자금에 대해 "회사의 가수금이었다"고 진술했지만, 회사 측은 "가수금 계정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통상적인 수사 절차로 볼 때 명의신탁한 부동산 매입자금의 출처뿐만 아니라 김 전무 등의 거짓진술 여부와 관련자들의 사전 입맞추기 등을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 일단 GS칼텍스 측이 회계상 가수금 계정의 존재를 강하게 부인하는 등 여러 정황상 김 전무 등 관련자들의 부동산 매입자금 출처에 대한 진술은 거짓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검찰은 김 전무 등이 거짓진술을 한 이유와 매입자금에 대한 최고 책임자의 결재 여부, 회사 측이 뒤늦게 가수금 계정의 존재를 부인한 이유 등을 밝혀야 한다. 김 전무 등 관련자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GS칼텍스는 부동산 명의신탁에 대해 "기업이 땅을 사려는 게 알려지면 해당 토지 소유자들이 '알박기'를 동원해 과도한 땅값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GS칼텍스는 명의신탁으로 부동산을 매입할 당시 같은 지역의 사유지 24필지에 대해서는 회사 명의로 79억원대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각에서 명의신탁 부동산 매입자금 67억여원에 대해 '검은 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를 통해 회사 명의로 땅을 샀으면서도 굳이 명의신탁까지 하고 매입자금도 가수금이라고 둘러댄 데는 뭔가 캥기는 것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검찰이 67억원과 79억원에 대한 출처는 물론 돈의 성격, 윗선의 결재 여부, 부동산 거래를 이원화한 경위 등을 밝혀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계좌이체 내역 등을 살펴보면 돈의 출처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수사 의지는 부족해 보인다. 검찰 주변에선 "큰 게 걸려들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GS칼텍스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부분은 대충 넘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검찰은 "이 정도(부동산실명법 위반)면 약식기소 정도밖에 안 되겠다"고 밝히기도 해 부동산 매입자금 출처 수사에 대해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밖에서 보면 '봐주기'로 비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 동안 다른 사건들이 많았고 담당 검사의 인사이동까지 겹치면서 이번 사건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며 "GS칼텍스 측으로부터 회계 자료를 넘겨 받아 부동산 매입자금의 실체를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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