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감돌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토요일이었던 9일 하루에만 전국에서 20여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일어나 상당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났다. 경북 포항에서는 산불로 1명이 숨지고 14명이 부상했으며 수십 채의 주택이 소실됐다. 울산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해 민가 수십 채가 불타고 10여 개 마을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날씨가 따뜻해지자 농민들이 한꺼번에 영농준비에 나서면서 논과 밭두렁을 태운 것이 산불이 집중 발생한 원인이라고 당국은 분석했다. 포항 산불의 경우 중학생 3명이 낙엽을 모아 불장난을 하다가 불씨가 날아가면서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렇듯 거의 대부분의 산불은 사람들의 부주의로 일어난다. 산림청이 최근 5년간 발생한 산불 1,713건의 발화 원인을 분석한 결과 입산자의 실화가 42%로 가장 많았고, 논ㆍ밭두렁을 소각하다 산불로 번진 경우가 18%로 그 다음이었다. 산불 발생의 60%가 인재라는 얘기다. 특히 맑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봄철에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편서풍의 영향으로 강풍이 많이 부는 것도 봄철 산불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산불로 인한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2000년 동해안 초대형 산불과 2005년 양양 낙산사 산불은 작은 실수로 일어난 산불이 소중한 생명과 삶의 터전, 재산과 문화재를 송두리째 빼앗아갈 수 있다는 뼈저린 교훈을 안겨줬다. 숲이 타면서 나는 연기와 이산화탄소는 대기를 오염시킬 뿐 아니라 토양을 훼손시켜 산사태와 홍수 등 2차 피해를 동반한다. 산불로 탄 숲이 제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최소한 50년 이상의 긴 세월이 필요하다.
산림당국은 봄철 대형산불을 막기 위해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산불감시 장비와 진화 장비는 충분한지, 산불 발생 시 공무원 동원 등 산불진화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산림 인접지역 주민들과 등산객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홍보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들도 개개인이 조심하면 얼마든지 산불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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