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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아이디어 무장" 불황 모르는 중소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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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아이디어 무장" 불황 모르는 중소기업들

입력
2013.03.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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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들은 지금 신음중이다. 경기침체에 환율압박, 대기업들의 횡포와 '손톱 밑 가시'로 비유되는 크고 작은 규제까지. 거의 모든 중소기업이 생사를 가르는 담장 위를 걷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 가시덤불 속에서도 앞으로 질주하는 중소기업이 있다. 대체 이런 기업들은 뭐가 다른 걸까. 답은 기술과 아이디어였다.

엔진오일 펌프와 변속기 커버 등을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코다코의 매출은 2009년 650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으로 올랐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대다수 중소기업이 쓰러지거나 고전을 면치 못하던 지난 4년 사이, 오히려 3배가 넘는 매출성장을 이룬 것이다.

코다코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건 기술, 독자적으로 만든 주조기술(쇠붙이를 녹여 물건을 만드는 기술) 때문이었다. 자동차 부품생산업체들은 보통 진공상태에서 주조를 하는데, 코다코는 경쟁업체보다 2배 이상 높은 진공도를 유지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귀승(55) 코다코 대표는 "진공도가 높아질수록 주조 과정에서 생기는 기포가 줄어들어 제품 결함률도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1997년부터 10년 넘게 개발한 자식 같은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6개의 특허기술을 더 보유하고 있는 코다코는 지난 달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뿌리기술 전문기업'에 선정됐다. 뿌리기술 전문기업이란 주조, 금형, 용접 등 말 그대로 '산업의 뿌리'가 되는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로, 중소기업청은 수준 높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선정해 정부과제나 공공사업 참여시 가산점을 주고 있다. 300여개의 중소기업이 신청서를 냈지만, 현재까지 10개 기업만 뿌리기술 전문기업으로 선정됐을 만큼 통과문턱이 높다. 코다코가 바로 10번째 선정기업이다.

코다코는 자타가 공인하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 한라공조, 보그워너 등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 20여 곳을 거래처로 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현대파워텍과 559억원의 대규모 공급계약을 맺을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 대표는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우리회사 제품이 한 가지 이상은 꼭 들어있다"며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전문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불황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기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베스트오토앤시트는 지난해 '무전원 자동 물내림 변기시트'를 개발했다. 전원 없이 인체하중만을 이용해 변기 물을 내릴 수 있게 설계된 신개념 변기시트다. 전기료 부담이 없어 이용자가 많은 공중화장실에도 마음 놓고 설치할 수 있다.

또 변기에 앉은 뒤 1분 이내에 일어서면 소변으로, 1분 이상 흐르면 대변으로 인식하는 기능도 첨가했다. 상황에 맞게 자동으로 배수량이 조절되니까 50%이상의 절수효과가 나타나고, 이는 결국 수도료 절감으로 이어졌다.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없앤, 생활밀착 기술인 셈이다.

베스트오토앤시트가 이 전문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역발상 덕분이다. 대부분 기업들이 전기ㆍ수도료 인상으로 관리비를 걱정하고 있을 때 베스트오토앤시트는 '절전과 절수가 가능한 제품을 개발하면 상대적으로 화장실 이용자 수가 많은 대기업이나 대학 등에서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영업방식에도 차별성을 뒀다. 제품의 빠른 보급을 위해 학교, 병원, 관공서 등 대형시설에 무상으로 비데를 설치해 주고, 매월 절약된 금액으로 2년에 걸쳐 제품비를 상환 받는 이른바 '와스코(WASCO)' 사업을 진행했다.

참신한 발상에 시의성까지 더해져 베스트오토앤시트는 제품 출시 1년 만에 KT, 한양대, 만남의 광장 휴게소 등 30여 곳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현재 굵직한 대기업들을 포함한 100여 곳에서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 지금 같은 기세라면 올해 매출액 50억원을 넘어설 전망.

베스트오토앤시트의 장석환(42) 대표는 "임원진들은 회사경영에만 전념하고 기술분야는 전적으로 실무자들에게 일임하고 있다"며 "기술과 경영을 나눠 각자 전문분야에 몰두한 점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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