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시장들이 시설 현대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지만, 일부 시장 소 상인들은 그만큼 높아진 임대료 부담 탓에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둘러싼 상인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 말부터 강북구 수유시장 등 전통시장 29곳을 대상으로 162억원을 투입해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주차장을 확충하는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을 한다고 10일 밝혔다. 서울시가 2002년부터 시작한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총 2,298억원으로, 서울시내 109개 시장에 현대식 편의시설이 들어설 전망이다.
시가 이번에 지원하는 사업은 주차장ㆍ화장실ㆍ시장 내 도로 등 고객의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한 시설, 아케이드ㆍ고객안내센터ㆍ상인회사무실 등 상권 활성화를 위한 시설, 전기ㆍ가스ㆍ소방 시설 설치 등이다. 김정안 중부ㆍ신중부시장 상인회장은 “시민들이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전통시장 쇼핑환경을 만들어 시장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크게 반겼다.
하지만 일부 영세 상인들은 가뜩이나 불경기에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임대료가 크게 높아져 ‘저 소득, 고 임대료’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전통시장 상인 김모(56)씨는 “시장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도로 포장 공사가 완료됐는데 공사 후 임대료가 전에 비해서 4배나 올랐다”며 “시설이 좋아지고 환경이 좋아진건 바람직하지만 현대화 사업이 진정한 영세 상인을 위한 사업이라면 임대료 상승도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근의 또 다른 전통시장 상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2009년 상가 지붕건설이 완료된 전통시장의 상인 김모(60)씨는 “지붕이 설치되면서 임대료가 상향 평준화됐지만 상인연합회 차원에서 현대화 사업을 반기는 실정이고, 실제 현대화 사업 후 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사업 이후 오르는 임대료에 대해 상인들이 암묵적으로 동의를 하는 실정”이라며 “이럴 경우 시장 내에서도 영세한 상인들만 말 못할 고통을 겪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올해 초 현대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전통시장을 직접 방문해 보니 실제 임대료가 많게는 4배까지 올라 이에 대한 소상인들의 고충이 크다”며“시가 현대화 사업에 예산만 투입할 게 아니라 사업 이후 임대료 상승폭에 대해서도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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