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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뚱뚱한 교황'? 바티칸 '진자의 법칙'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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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뚱뚱한 교황'? 바티칸 '진자의 법칙' 통할까

입력
2013.03.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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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에는 "뚱뚱한 교황 다음에 마른 교황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교황의 체중을 말하는 게 아니라, 성향이나 추구하는 이념, 혹은 경력 등을 염두에 둔 은유적 표현이다. 추기경들은 전임 교황이 소홀히 했던 가치를 추구할 인물, 전임 교황과 다른 성향의 인물을 새 교황으로 뽑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다.

종신직인 교황은 재위기간이 길고, 그럴수록 단점과 약점이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진자의 법칙'은 실제로 상당히 설득력 있는 분석틀이 될 수 있다. 물론 베네딕토 16세가 '뚱뚱한지 마른지'판단할 잣대는 추기경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외신을 통해 공개된 추기경들의 발언이나 가톨릭 전문가들의 분석을 볼 때, 추기경들의 출신지역과 이념적 성향이 결정의 주요 잣대일 수밖에 없다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성향-진자의 법칙 통할까

교황의 성향과 관련한 문제에서 특히 진자의 법칙이 통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958년 보수 성향의 비오 12세 사망 이후 열린 콘클라베에서 추기경들은 안젤로 주세페 론탈리 추기경(요한 23세)을 교황으로 선출했다. 요한 23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열어 교회 개혁 문제에서 전향적 조치를 했던 교황으로 평가된다.

물론 급진 성향 사제가 추기경에까지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누가 교황이 되든 이념의 진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교회가 세상을 향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어떤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지 하는 점에서 추기경들의 생각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만약 이번 콘클라베에서도 진자가 이동한다면 베네딕토 16세에게 결여됐던 가치를 추구할 인물이 교황에 오를 공산이 크다. 베네딕토 16세는 ▦타종교와의 화해 문제를 등한시했고 ▦교황청 개혁에 실패했으며 ▦성직자의 아동 성폭력 사건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이 과오로 지적된다.

종교간 화해를 추진할 인물로는 이슬람과 기독교의 소통을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한 안젤로 스콜라(72ㆍ이탈리아) 추기경, 이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피터 턱슨(64ㆍ가나) 추기경 등이 꼽힌다. 또 오랫동안 가톨릭 진보 세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온 로드리게즈 마라디아가(71ㆍ온두라스) 추기경은 보수 쪽으로 쏠린 바티칸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인물로 꼽힌다.

지역-유럽 독식 끝날까

성향이나 이념이 명분이라면 출신 지역은, 적어도 경험적으로는, 가장 강력한 변수다. 이번 콘클라베의 가장 뜨거운 관전 포인트가 비유럽 출신 교황 탄생 여부인 것도 그 때문이다. 역대 교황 265명의 출신을 보면 이탈리아인이 210명으로 압도적 다수. 프랑스(16명), 그리스(12명), 독일(8명) 등을 합하면 사실상 유럽이 교황권을 독점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경향에 대한 교회 안팎의 저항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 계속 교황이 나온다면 교회의 다양성을 해치고 타 지역 가톨릭 신도의 상실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시어도어 맥캐릭(83ㆍ미국) 추기경은 지난달 인터뷰를 통해 "이번엔 제3세계에서 교황이 선출될 때"라며 유럽 독식 현상을 지적했다.

만약 추기경들의 중지가 비유럽권 쪽으로 모인다면 가톨릭 교세가 가장 강한 중남미 추기경들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2005년 콘클라베 유력 후보였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77ㆍ아르헨티나), 세계 최대 가톨릭 국가 브라질 출신의 오질루 셰레르(64) 추기경 등이 주목 받고 있다. 마르크 우엘레(69ㆍ캐나다),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56ㆍ필리핀) 추기경도 이 기준을 충족한다.

흑인 교황이 탄생할지도 초미의 관심사. 영국 도박사들은 제3세계 교황 선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피터 턱슨 추기경을 가장 유력 후보로 꼽는다. 1139년 중세 성직자 말라키아가 쓴 예언서에 이번 교황의 이름이 베드로(피터)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 있어 턱슨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로버트 사라(68ㆍ기니) 추기경도 후보군에 포함된다.

하지만 두 번 연속 교황 자리를 놓쳤던 이탈리아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콘클라베 참석 추기경을 국적으로 분류하면 이탈리아 출신이 28명으로 가장 많다. 지난해 바티칸 안팎에서는 교황청 최대 실력자 타르치시오 베르토네(78ㆍ이탈리아) 추기경이 자신과 가까운 이탈리아 주교들을 대거 신임 추기경으로 천거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탈리아 출신 후보는 지안프랑코 라바시(71), 안젤로 바그나스코(70), 안젤로 스콜라 추기경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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