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고강도 제재 결의에 찬성하고, 이어 "전면적 집행"을 강조한 것은 북핵 문제를 다루는 중국의 태도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대 사건으로 평가된다.
그 동안 중국은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 등 도발을 할 때마다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명분으로 관련국에 냉정과 자제를 촉구해 결과적으로는 북한을 두둔해 왔다는 게 국제사회의 시각이다. 겉으로는 대북제재 결의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국제사회에 동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북한에 숨통을 터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중 간 무역이 꾸준히 늘면서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67%에서 2011년엔 89.1%로 오히려 늘었다. 북한이 지난해 4ㆍ15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미사일(KN-08)의 운반차량이 중국우주비행과학기술그룹(中國航天科技集團)이 제작한 장비란 의혹도 일었다. 북한의 불법 화물이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항을 거쳐 운송되고 있다는 유엔 보고서도 나왔다.
중국이 대북 제재의 '구멍'이 되면서 제재의 효과가 크게 반감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엔 중국 스스로 대북 제재 결의를 전면 집행하겠다고 다짐하고 나서 이전과는 다른 국면이 전개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이는 중국이 3차 핵실험의 심각성을 1, 2차 핵실험과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이 대북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면 북한엔 상당한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리바오둥(李保東) 유엔주재 중국 대사의 발언을 볼 때 중국은 제재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리 대사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것은 제재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며 "급선무는 외교노력을 강화하고 긴장국면을 완화해 북핵 문제를 되도록 빨리 대화와 협상의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결의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를 연 것"이라며 "하루빨리 6자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대북제재 결의에 합의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전면 압박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오히려 중국이 대북 결의에 찬성하고 전면적 집행을 강조한 것은 북핵 문제를 국제문제로 인식,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북핵 문제를 한국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국제문제로 보는 반면 북중 관계는 양자간의 정치문제로 생각한다"며 "북핵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다소 달라졌다 해서 북중 관계에 대한 중국의 입장까지 바뀔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8일 대북 추가 제재가 북중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과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맺고 있다"며 "동시에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을 단호히 반대하며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한다"고 밝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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