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식당 밀집지역, 쌍용차 농성천막에 잇달아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난 안모(52)씨처럼 현실 불만을 빌미로 한 연쇄방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펴낸 '연쇄방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1~2011년 확인된 연쇄방화범은 148명에 이른다. 그 중 수감 중인 22명에 대한 분석은 연쇄방화범의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남성이 90% 이상, 학력은 중졸 이하가 40%를 차지한다. 10명 중 4명은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 등 정신장애를 가졌다. 결혼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직업은 단순 노무직이 대다수다. 60% 이상은 전과가 있다.
범행 수법은 술을 마신 뒤 배회화다 어둠을 틈타 라이터로 불을 불이고 현장에서 빠져나오는 게 전형적이다. 안씨의 연쇄방화도 이런 패턴과 매우 유사하다. 박형민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신의 처지 비관이나 사회적 열등감이 범행 동기의 절반을 넘는다"며 "이는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이며, 우발적 범행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숭례문 방화범 등 최근 수년간 연쇄방화범들을 조사한 서울경찰청 프로파일러 고선영 경사는 이들의 심리적 공통점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람을 해칠 의도는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살인범이나 강간범에 비해 착한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안씨가 인사동 식당에 지른 불이 크게 번지자 종로타워 화재비상벨을 누른 행동도 이런 맥락에 들어맞는다. 고 경사는 "청소년기에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 나이가 들며 쌓인 분노가 연쇄방화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정신장애가 있는 연쇄방화범들은 불에 대한 욕구가 강해 무의식 중에 방화를 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안씨처럼 환청을 들었다는 것은 정신분열증적 요소가 상당히 있다는 뜻이며, 이처럼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문제"라며 "범죄에는 전조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보건당국과 경찰 등이 협조해 이들을 사전에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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