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철 작가는 아이들이 어려워할 것 같은 옛 것, 우리 정서를 잘도 끌어다 찰지게 만드는 이다. (시공주니어 발행)의 제목은 꼭두각시 놀음 가락을 뜻한다. 개성 강한 인물들이 흥겨운 재담을 나누며 한판 놀고 가며 인간의 속물근성에 통쾌한 한방을 날리는 꼭두각시 놀이판을 그대로 책으로 옮겼다. 허풍스러운 박첨지는 장난기 많고 예의없는 손자, 젠체하는 딸, 교태를 부리는 마누라가 차례로 이시미(이무기)에게 잡아 먹히고 자기마저 위험에 처하자 동네에서 제일 가는 장사인 조카 딘둥이에게 목숨을 살려달라고 구걸한다. 그러나 살아난 후에 딘둥이가 가져가 부자가 됐다는 이시미의 야광구슬을 탐낸다. 딘둥이 역시 자신의 잇속을 챙긴 본능에 충실했을 뿐 박첨지를 구하겠다는 의도가 없다. 아이들이 이해하기는 좀 어렵지만 입에 감기는 대사들이 해학적이다. 용어 설명 등 일체의 부연을 덧붙이지 않은 것은 작가의 고집으로,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따라하며 입으로 익히도록 의도했다. 꼬박 1년간 나무를 깎아 목각 인형을 만들고, 천연 염색을 한 천으로 배경을 만들어 사진으로 찍었다. 초등 저학년 이상ㆍ1만1,500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