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월28일을 주권회복일로 지정하겠다는 발언에 오키나와(沖繩) 주민들이 발끈했다. 미국의 간접통치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한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생각이지만 오키나와 주민들은 이날을 굴욕의 날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7일 의회에서 1952년 4월29일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 발효되면서 패전 이후 6년8개월간 지속된 연합군최고사령부(GHQ)의 간접통치가 종결되고 실질적인 일본의 독립이 이뤄진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을 주권회복일로 정하고 정부 행사 개최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우익 단체들이 매년 가져온 이 행사를 사실상 정부주도 행사로 격상하겠다는 의미다.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과 함께 주권회복일을 정부행사로 격상하겠다는 것은 그의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키나와는 샌프란시스코 조약 발효로 일본 본토에서 분리돼 미국의 점령지로 전락, 1972년 5월15일 일본으로 반환되기까지 갖은 불이익과 수모를 겪었다.
히야네 데루오(比屋根照夫) 류큐대 명예교수는 "오키나와 전투(1945년)에서 많은 희생을 치렀고 4월28일에는 일본에서 분리됐다"며 "오키나와 고난의 역사의 출발점인 이 날을 마냥 축하할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정부가) 기념행사를 개최한다면 '굴욕의 날'로 부르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역사도 함께 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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