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재판 중에 또다시 막말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의정부지법 모 부장판사는 부산지법 재직 당시 피고인에게 "초등학교 나왔죠? 부인은 대학 나왔는데 마약 먹여서 결혼한 것 아니에요?"라고 면박을 주었다고 한다. 피고인의 친구인 증인에게는 "XXX…, 뭘 해준 게 있을게 아니에요"라며 차마 글로 옮길 수 없는 말을 퍼부었다.
서울 동부지법의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60대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는 막말을 했다가 처음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게 불과 4개월 전이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관의 부적절한 법정 언행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대국민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공염불이 됐다. 낡은 권위의식에 젖어있는 사법부의 풍토를 바꾸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1월 발표한 지난해 법관 평가결과에서도 판사들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재판진행은 여전히 문제였다. 이혼소송 조정기일에 남편에게 "집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가 부인 보는 앞에서 나쁜 짓을 하면 이혼 할 수 있다"고 말한 판사가 있는가 하면, 피고인에게 "여기가 어디라고 비스듬히 앉아있느냐"며 호통을 치거나, "묻는 말에만 답하고 쓸데없는 얘기하지 말라"며 윽박지르는 판사들도 있었다.
특권의식이 몸에 배어 있는 일부 판사들의 막말을 근절하려면 징계수위를 높이고 승진과 연임심사 등 인사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법정 막말에 대한 징계를 한다면서 견책 정도로 모양만 갖추었으니 재발방지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일부 부적격 판사들이 법원 전체의 신뢰를 깎아 내린다는 걸 수뇌부는 뼈저리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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