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은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오시프 스탈린이 사망한지 6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러시아에는 블라디미르 레닌의 이름을 딴 도시와 상징들은 많지만 스탈린의 사진이나 동상은 거의 볼 수 없다. 수천만명이 스탈린 치하에서 죽거나 수용소에 보내지거나 강제 이주된 비극 때문이다. 이런 스탈린에 대한 평가를 물을 때는 러시아 관료들조차 대답을 회피한다. 스탈린그라드라는 도시가 그의 사후 볼고그라드로 이름을 바꿨을 정도다.
그러나 근래 여론조사는 상당히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등 구소련 연방 국가에서 "스탈린은 소련에게 힘과 번영을 안겨준 현명한 지도자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스탈린의 고향인 조지아 국민이 6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러시아(47%) 아르메니아(45%) 아제르바이잔(44%) 순이었다. "스탈린의 실수와 악행에도 불구하고 스탈린 치하에서 2차대전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응답도 69.2%나 됐다. 1994년 스탈린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러시아인이 27%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스탈린에 대한 향수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스탈린의 폭압정치와 독재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 "스탈린의 폭압은 정당화할 수 없는 정치적 범죄"라는 데 절반이상이 동의했다. 아르메니아 국민 대부분은 "스탈린은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폭군이며, 수백만명의 무고한 희생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대답했다.
스탈린에 대한 평가는 구소련 연방국가들이 처한 현재의 상황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 되살아나는 스탈린에 대한 향수는 소련 해체 이후 개편되는 세계 정치지형에서 뒤쳐지고 있는 이들 국가들의 착잡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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