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손'을 해명한 제 졸고를 읽으시고(2월 23일자 한국일보 '토요에세이') 시인 이중 박사(전 숭실대 총장)께서 답신을 보내주셨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을 글의 화두로 올리신 것, 이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는 고마운 메일로, 다음의 재미난 두 개의 일화를 들어 예의 '보이지 않는 손'의 함의(含意)를 저보다 훨씬 쉽게 풀이해 주셨습니다.
"동네길목의 붕어빵장수가 써 붙인 가격표가 특이했습니다. '3개 1,000원', '1개 300원'. 이걸 본 손님이 '많이 사는 사람에게 싸게 팔아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묻자 붕어빵 장수의 답변은 이러했습니다. '붕어빵 하나씩 사먹는 사람이 더 가난하답니다.'"
두 번째 일화는 미국 뉴욕에 사는 한 중국 거부의 이야기입니다. "그 중국인이 어느 날 25만 달러짜리 페라리 차를 담보로 은행에서 5,000달러를 빌려갑니다. 2주 뒤, 중국인이 이자 15달러를 보태 원금을 갚고 차를 찾아가자 은행원이 궁금해 묻습니다. '왜 그 비싼 차를 담보로 그런 푼돈을 빌려갔습니까?' 다음은 차주인의 대답. 이 뉴욕바닥에서 2주 동안 15달러 내고 내 차 안전하게 맡길만한 주차장이 어디 있습니까?"
둘 다 언뜻 황당한 이야기로 비칩니다만, 찬찬이 읽어보면 그 가닥이 잡히는 이야깁니다. 만사를 어떻게 보느냐, 또 무엇이 실리냐를 따지는 대목이자 통념의 허구도 함께 지적한 이야기지요. 지금 한창 신관 판서(判書)들의 먼지 털기로 시끌벅적한 한국 사회를 빗댄 말씀이기도 합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돈 주고도 못 살 정도'의 인물로, 엄선과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개탄하는 소리로 제겐 들립니다.
궁금증을 묻는 글도 받았습니다. 미국에 사는 이도승 목사는 지난번 제 글에 나온 나폴레옹이 쓴 소설이 궁금하다며 신도들한테 들려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딱히 신도들에게 들려 줄 이야기는 못됩니다만, 궁금증도 푸실 겸 그 소설 여기 약술합니다.
이야기는 전기 작가 벵상 크로넹의 '나폴레옹'이 그 원전으로, 추운 가을 날 프랑스 파리의 팔레 롸얄 광장에 산보 나온 보나파르트 소위가 거리의 여인과 마주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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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과 심리의 묘사가 섬세하고 대담합니다. 스스로를 문학청년으로 여겨 일간지에 몇 차례 투고까지 했던 나폴레옹임이 입증되는 대목입니다.
소위가 그 후 광장을 다시 찾았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사관학교 졸업 당시 자폐증환자였던 나폴레옹에게 파리의 가을은 발작하는 계절이었던 성싶습니다.
거친 메일도 받았습니다. "지식을 뽐내려 쓴 글입니다. 기자 맞습니까? 반성 하시오!". 저 역시 얼른 "반성 하겠다"고 답신을 띄웠습니다만, 심기를 무척 상했습니다. 글도 정치판을 닮아 무례 투성이네요. 이번 글의 소재로 '댓글의 품위, 그 매너'를 올림은 그래섭니다.
김승웅 전 한국일보 파리특파원 swkim43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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