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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청시대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은이 지배한 화폐전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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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청시대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은이 지배한 화폐전쟁의 역사

입력
2013.03.0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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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ㆍ청시대 정부의 은(銀)사용 금지정책에도 불구하고 은은 민간에서 실물 화폐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아편전쟁이 일어나게 된 배경 역시 서방과 중국 간의 금본위제와 은본위제의 대리전 성격이 짙었다. 중국사람들은 은을 한번 손에 넣으면 땅에 묻고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영국으로서는 차 수입을 결제할 은이 부족했고, 결국 방안을 모색하다 아편을 수출하게 된 것이다. 중국이 아편전쟁의 빌미를 제공하고 결국 싸움에서도 패하면서 은의 시대는 종말을 고한다. 중국 역시 자본주의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서구 열강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은은 보통 금보다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전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계속해서 사랑받아 왔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일찌감치 수요와 공급의 변동성이 커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은의 속성을 간파하고 1999년 은을 대량으로 사들여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로저스홀딩스 회장인 짐 로저스 역시 '결국 화폐전쟁의 승자는 실물이며, 금과 은 중에서 택하라면 은을 사겠다'고 말할 정도로 은을 숭배한다. 베스트셀러 의 저자 쑹홍빙도 '왜곡되고 높은 레버리지가 작용하면서도 규모가 작은 은 시장은 세계 금융시장 시스템을 치명적으로 강타할 힘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은은 수요와 공급에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고 시장을 왜곡시킬 위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다시 한번 은의 역습이 시작될 수도 있다.

중국 경제경영서 전문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쓴 백은비사(白銀秘史, 원제:Secret of Silver)는 은과 함께 흥망성쇠의 길을 걸은 중국의 역사를 조망하며 세계 화폐 체계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명쾌하게 보여준다. 명대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은을 주인공으로 해 세계 패권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밝히는데 은이 지배한 동서양 화폐전쟁의 역사를 짚는 식으로 흥미롭게 기술했다. 무적함대로 세계를 누비며 거둬들인 은이 초래한 사치와 인플레이션으로 몰락한 스페인의 저주, 은이 골드러시에 밀린 과정, 대공황 이후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은위원회와 손잡고 뉴딜정책을 시행하면서 다시 부각한 이면의 사정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미국이 정식으로 금본위법을 통과시키고 금을 유일한 화폐로 확정한 1,900년 출간된 동화 에 은의 비밀이 숨어있다는 해석은 특히 눈길을 끈다. 화폐주조법에 반대했던 저자 프랭크 바움이 주인공과 줄거리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관점을 드러내려 했다는 분석은 오랫동안 책을 연구해 온 이들에게서 회자되기도 했다. 오즈(Oz)라는 신비의 나라는 중량 단위인 온스의 약칭이고, 나쁜 동쪽 마녀는 당시 미국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 노란 벽돌길은 금본위제를 암시한다는 것이다. 뇌가 없는 허수아비는 서부 농민, 도끼를 등 양철나무꾼은 노동자 계층을 뜻한다. 깨지기 쉬운 도자기 마을도 책에 등장하는데 금융 자생 능력이 없는 중국을 상징한다. 세 번 두드리면 원하는 곳으로 가게 된다는 도로시의 은 구두는 은의 위력을 강조하며 은의 화폐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은과 관련한 흥미로운 역사적 장면들을 통해 은이 가진 불안정성이 결국 인간이 지닌 불안심리에서 비롯되었으며 끊임없는 변동성을 초래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은을 통한 세계 화폐 전쟁의 숨겨진 비밀을 엿보고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있다.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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