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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95후 세대' 첫 세계 제패, 태풍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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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95후 세대' 첫 세계 제패, 태풍의 눈으로

입력
2013.03.0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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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예 최강 박정환(20)이 '바둑올림픽'으로 불리는 응씨배 우승에 실패했다. 6일 중국 상하이 잉창치바둑기금회빌딩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제7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5번기 제4국에서 중국의 10대 신예 판팅위(17)가 박정환에게 5점(집)승, 종합전적 3승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중 양국 차세대 선두주자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번 결승전에서 박정환은 결승1국을 내 준 뒤 2국을 이겼으나 4, 6일 열린 3, 4국을 연패해 2011년 8월 후지쓰배 우승에 이은 두 번째 세계 제패의 꿈이 좌절됐다.

결승4국은 뼈아픈 역전패였다. 이번 결승전은 3국까지 백번필승이 이어졌는데 4국에서 백을 잡은 박정환이 초반부터 반면을 유리하게 이끌어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으나 중반 이후 끝내기에서 조금씩 손해를 보면서 끝내 바둑을 지고 말았다.

무리한 대국 스케줄도 문제였다. 박정환은 지난달 25일 상하이에 도착해서 제14회 농심배 3라운드 경기에 주장으로 출전해 막판 2연승을 거둬 한국에 우승을 안기는 수훈을 세운 뒤 곧바로 응씨배 결승전에 출전하느라 10일째 객지 생활을 했다. 이 바람에 컨디션 조절에 상당히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중국 신인왕전에서 세 번 우승한 것 외에는 국내외 기전에서 변변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판팅위는 우승상금 40만달러(4억3,000만원)로 세계 최대 규모인 응씨배에 첫 출전해 곧장 우승까지 직행하며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했다. 응씨배는 1회부터 4회까지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가 잇달아 우승, 한국세가 휩쓸었지만 5회 창하오, 6회 최철한, 7회 판팅위로 이어지며 최근에는 한국과 중국이 번갈아 우승컵을 가져갔다.

상하이 출신으로 네 살 때부터 바둑을 배운 판팅위는 단단하고 침착한 기풍으로 수읽기가 빠르고 후반에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판팅위는 이번 대회서 다카오 신지, 이세돌, 탄샤오, 씨에허, 박정환 등 한중일의 정상급 기사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우승해 명실공히 중국의 새로운 에이스로 우뚝 섰다.

만 16세 7개월인 판팅위는 중국 최초의 10대 세계대회 우승자로 이창호가 보유 중인 세계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만16세 6개월, 1992년 1월 제3회 동양증권배)에 불과 한 달 밖에 뒤지지 않는다. 또 세계대회 우승자는 바로 9단으로 승단한다는 중국기원 규정에 따라 35번째 9단이 되면서 2008년 천야오예가 작성한 중국 최연소 9단 승단 기록(17세 5개월)도 갈아 치웠다.

특히 이번 판팅위의 응씨배 우승은 중국 '95후 세대'의 첫 세계 제패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지난해 2월 장웨이제(22)가 이창호를 제치고 LG배서 우승한 이래 올해 1월 저우루이양(22)의 바이링배 우승, 2월 스웨(22)의 LG배 우승에 이어 이번에 판팅위까지 중국이 세계대회 우승을 독식을 한 것은 물론 '90후'를 훌쩍 뛰어 넘어 이제는 드디어 '95후' 세대 세계챔피언까지 탄생한 것이다.

수년 전부터 세계 바둑계를 휩쓸고 있는 중국 신예 돌풍의 위력이 갈수록 거세져 드디어 '황사 태풍'으로 변한 셈이다. 특히 스웨와 판팅위는 그동안 국내 주요 기전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적 없이 곧바로 세계를 제패해 더욱 놀랍다. 해마다 이름도 모르는 신예 강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 앞으로 한중 간의 전력 격차가 더욱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은 올 들어 벌써 두 번의 세계대회 결승전(LG배와 응씨배)에서 중국에 패했다. 6월에 열릴 이세돌과 천야오예의 춘란배 결승전마저 패한다면 올해 한국 바둑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에도 한국은 전체적으로 중국에 밀리는 분위기였지만 이세돌, 백홍석, 원성진 등 '80년대생'의 분전으로 간신히 균형을 맞췄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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