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욱(19)군은 지난달 울산외국어고를 졸업했다. 외고 졸업생이라면 으레 명문대에 진학했겠거니 생각하지만, 그는 아니다. 대우조선해양 입사와 함께 사내대학, 중공업사관학교에 지난 4일 입학했다.
모군은 "이른 나이에 산업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장점에 더해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는 매력에 이끌렸다"며 "조선업계의 신성장 동력인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고졸 성공담' 신화를 쓰겠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사내대학 전성시대다. 지금까지 사내대학하면 기업의 직무연수 과정쯤으로 여겨졌던 게 사실. 이론 위주 교육에다 과정을 이수해도 별다른 혜택이 없어 승진을 위한 '스팩 쌓기'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사내대학은 다르다. 커리큘럼은 실습이 주를 이루고 졸업 후에는 정식 학위도 주어진다. 특히 기업들 사이에 고졸채용 바람이 불면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사내대학의 효용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사내대학 설립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조선업계다. 2007년 공과대학 형태로 문을 연 삼성중공업에 이어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이 이달 일제히 신입생을 선발했다.
기업이 운영하는 대학이라 해서 들어가기 쉬울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올해 고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2개과 100명을 뽑은 대우조선의 경우, 무려 2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합격자 면면을 봐도 자립형사립고인 하나고를 비롯, 특수목적고 해외고 전문계고 등 다양한 출신과 배경을 가진 우수 인재들이 몰려 들었다. 교육과정 역시 선박설계부터 경영, 영어실습, 전문가 멘토링 등 유명 대학 못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게다가 2년 차가 되면 아예 현업에 배치하다 보니 기술 숙련도는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재율 대우조선 인재육성그룹 과장은 "정식 인가를 받지 않은 1기 선발 때만해도 일일이 고교를 찾아 다니며 입학설명회를 했지만 우수교육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2기 과정은 경쟁률이 일찌감치 정원을 넘어섰다"며 "사내대학은 인재 육성과 근로자 복지의 양면을 두루 충족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기술대학은 현직이 모집 대상이다. 때문에 실무 능력은 출중하나 학위에 목말라 있는 실력파 직원들이 대거 지원한 것이 특징. 최연소 합격자인 이성우(22ㆍ엔진사업부)씨는 2008년 고교 재학 시절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CNC 선반부문 금메달을 수상할 정도로 이미 업무에서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는 "지난 5년간 현장에서 일하면서 항상 학업에 대한 갈증이 컸는데, 사내대학을 통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정식 인가를 취득한 사내대학은 총 7곳. 올해만 4개 사내대학이 개교했다. KDB산업은행이 설립한 KDB금융대학,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LH토지주택대학도 사내대학 열기에 뛰어 들었다. 식품분야에는 제과ㆍ제빵에 특화한 SPC식품과학대학이 있다.
기업대학도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대학은 사내대학과 달리 정식 학위는 나오지 않지만, 시설ㆍ교육과정에 제한이 없어 해당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육성에 보다 유리하다. 4일 개교한 한화 기업대학은 고졸 직원 200명에게 기업실무 금융 호텔경영 건축 경영 등 3년 과정의 전문 교육을 실시한다. 이 밖에 1호 기업대학인 LG전자 기업대학, 현대백화점 유통대학 등이 자율적인 교육훈련을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내대학이나 기업대학이나 직원 재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학력 파괴를 통한 '열린 고용'의 취지에도 부합해 기업 주도의 교육 활동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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