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 대학은 전쟁 같은 입시를 치른 신입생들에게 안식의 공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많은 이들이 벌써부터 진로 설정으로 고민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희귀 전공을 택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새내기가 있다.
"국악과 서양악을 동시에 지휘 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마에스트로'가 되는 게 꿈입니다." 서울대 신입생 박준현(19)씨의 야무진 다짐이다. 그는 이 대학 국악과에서 국악지휘를 전공하고 있다. 국내 대학을 통틀어 학부에서 국악지휘를 전공하기는 박씨가 처음이다.
본래 전통 국악은 박 연주자 등이 부분적으로 그 역할을 대체하며 지휘자 없이 연주됐지만, 1940년대 이후 국악의 현대적 창작과 작곡이 활발해지면서 지휘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국악지휘자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구축안 된 상태에서 주로 국악기 전공자나 서양음악 지휘 전공자가 국악 지휘를 맡아 왔다. 서울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학부에 국악지휘 전공을 모집했다. 국립국악고에 다니던 박씨는 지난해 11월 20여명의 국악과 선배들을 연주자로 앉혀두고 치른 지휘 실기전형에서 다른 3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당히 합격했다.
박씨는 '선배나 동기가 없어 학교 생활이 외롭지 않겠냐'는 질문에 "지휘를 공부하면서 다른 연주자 선배ㆍ동기들과 훨씬 가깝게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오히려 이전 선배들의 틀 대로 배우기 보다 교수님과 하나씩 상의해 가며 나만의 지휘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올리니스트인 어머니 덕에 두 살 때부터 익힌 바이올린과 서양음악 역시 포기하고 싶지 않다"며 "국악과 서양음악의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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