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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도 불내려 했다"

입력
2013.03.0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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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생한 서울 종로구 인사동 식당 밀집지역의 대형 화재는 최근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 천막에 불을 지른 방화범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3일 쌍용차 농성장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한 안모(52)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안씨가 인사동과 종로, 명동 등 서울 도심 4곳에 추가로 방화한 혐의를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는 지난달 17일 오후 인사동 식당 밀집지역 내 '육미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2층에 올라갔다가 종업원 탈의실에 폐지와 옷가지등을 모은 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이날 불은 인근 점포 23곳을 태우고 1시간35분 만에 진화됐다.

안씨는 지난 1일에도 명동의 한 패스트푸드점 직원 탈의실에 들어가 쓰레기통에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안씨를 상대로 쌍용차 농성장 방화 경위를 조사하다 안씨의 휴대폰에 인사동 화재 현장 사진 3장이 찍혀 있는 점, 명동 패스트푸드점의 발화 지점과 육미집의 발화 지점이 유사한 점 등을 수상히 여겨 집중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안씨는 육미집 방화 직후 인근 종로타워 22층으로 올라가 휴대폰으로 화재 현장을 촬영했고, 불길이 크게 번지자 종로타워 16층과 1층 등의 화재 비상벨을 4차례 누른 것으로 드러났다. 종로경찰서는 당시 안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으나 방화 혐의를 입증할 물증 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남대문서 관계자는 "종로서와 공조해 인사동 화재 당일 안씨와 함께 술을 마신 참고인의 진술을 확보하고 화재 전후 행적을 집중 추궁하자 안씨가 범행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경찰에서 "술을 마시면 '더러운 것을 보고 왜 가만히 있냐, 불을 질러 치우라'는 환청이 계속 들려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안씨가 2005년 충동장애 증세로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방화 폭행 상해 등 다수의 전과가 있다고 밝혔다. 경기 양평군에서 벌목 등 일을 하다 지난 1월 상경한 안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폐품을 팔아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안씨는 평소 '서울의 얼굴이 더렵혀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종로와 명동 일대를 돌며 쓰레기를 줍고, 노숙인 거주시설에 강한 반감을 표시하는 등 서울역과 남산에도 방화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검거가 늦었으면 추가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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