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이 연기 학원에 보내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요. 전과 달리 '연예인'이 선망 받는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잖아요. 그래서 예쁘게 생기고 끼가 있으면 아예 조기교육을 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거죠."
주부 정미선씨는 7일 '프랭키와 친구들' 모델 선발대회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딸 제비니소(6)와 함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어린이 전문 연기 학원 및 매니지먼트 회사인 ㈜트리이던트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찾았다. 정씨는 "우리 딸이 다문화 가정 아이로 이국적인 외모라서 여러 곳에서 아역 연기자를 시켜 보라는 말을 들었다"며 "아이가 커서도 이 길로 나가길 원한다면 최대한 뒷바라지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들 송인규(5)군을 최근 한 어린이 연기학원에 등록시킨 주부 인은실(36)씨도 "최근 아역 배우나 모델을 선발하는 오디션에 가보면 거의 몇 백 명의 지원자가 몰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며 "아이들의 재능을 어려서부터 발견하고 키워주려는 엄마들의 욕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관객 1,200만 명을 넘어선 영화 '7번방의 선물'부터 13%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국 갤럽이 2월 실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7위에 링크된 MBC 리얼리티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까지 한국 대중문화 속 어린이 출연자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예능프로그램과 상업광고까지 아역 연기자와 출연자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면서 키즈 엔터테인먼트 시장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과 영등포, 상암동 일대에는 약 20∼30여 개에 달하는 어린이 전문 연기 학원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어린이 연기 학원의 경우 주 1회 수업을 기준으로 한 달에 평균 20∼3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기본 과정이 6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트리이던트 엔터테인먼트의 유남영 총괄 이사는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주인공 갈소은 양이나 '아빠! 어디가?'의 윤후가 성인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면서 아이들을 아역배우나 모델로 교육시키길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때문에 어린이 연기 학원이 강남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설립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동도 활발하다. 회원 수가 6만 명이 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아주모'(아기주부모델)나 네이버의 '쁘띠모델'등은 각종 영화와 드라마, 공연 오디션 정보를 교환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열기'에 대한 부작용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일부 기획사 중에는 아역 연기자 캐스팅을 조건으로 학부모에게 수 백 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요구하거나 수강료만을 받은 채 폐업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 어린이 연기 학원 관계자는 "어린이 연기 교육의 경우 그 내용과 과정을 학부모들이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특정 아역 스타를 배출했다는 과장광고로 학부모들을 유혹한 뒤 폐업하거나 부실 교육을 시키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미디어에 노출되거나 잦은 접촉을 할 경우 성장과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심리학자인 장근영 박사는 "아동기에 미디어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아역 스타의 경우 그 인기가 귀여운 외모와 행동 등 아동기만의 특성에 의한 것으로 사춘기를 거치며 이런 메리트가 사라지면 큰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대중문화 속 '키즈 스타' 열풍과 이에 따른 '맹모'들의 조기교육 붐은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아역배우의 경우 드라마나 영화 출연료는 성인 연기자의 3분의 1, 광고 모델료는 10분의 1 수준이지만 최근 아역배우들의 활약에 힘입어 회당 출연료를 300∼400만원, 광고료는 1,000∼2,000만원 선까지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탤런트 유승호의 경우처럼 아역배우가 자연스럽게 성인 스타가 되는 경로가 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2004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3∼13세 어린이 모델 및 연기자 교육 기관인 '키즈 플래닛'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스타캐슬 커뮤니케이션즈의 정병석 대표는 "연기력을 갖춘 다양한 캐릭터의 아역 연기자 군이 형성되고 이들이 성인연기자로 발돋움에 성공하는 경우도 많아진 게 키즈 스타 붐의 원인 중 하나"라며 "여기에 암울한 현실 속에서 순수함에 공감하고 희망을 강조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도 강해 당분간 이런 추세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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