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 제재 결의를 채택하기 위해 7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는 ‘10분 드라마’였다. 이날 오전 10시5분(한국시간 밤 12시)에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의장국인 러시아의 비탈리 추르킨 유엔대사는 대북 제재 결의 2094호를 곧바로 상정했다. 15개 회원국들이 대북제재 초안에 대해 본국과 협의를 이미 끝낸 상태여서 특별한 이의는 제기되지 않았다. 초안 가운데 오자와 매끄럽지 않은 문구만 손질하는 작업이 짧게 이어졌다. 다른 견해가 나오지 않자 추르킨 대사는 안보리 표결방식에 따라 거수로 회원국들의 찬반 의견을 구했다. 결과는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 중국이 제재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이의 없이 채택될 것이란 예상대로였다. 안보리 대북결의 2094호는 이렇게 회의 시작 10분만에 초안대로 전격 통과됐다.
회의 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금융제재 및 북한 외교관의 불법행위 감시를 엄중히 진행할 뜻을 밝혔다. 리바오동 중국대사도 “(안보리 제재가)단순히 결의안 채택에 머물러선 안 된다”며 중국도 제재를 완벽히 이행할 것임을 약속했다. 리바오동 대사는 이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추가조치’가 필요하다며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요청했다. 김숙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이번 결의에 상당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대북 제재를 위한 안보리 결의는 이번이 4번째다. 또 지난달 12일 3차 핵실험 이후 24일 만이다. 1차 핵실험 때의 5일, 2차 핵실험 때의 18일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은 미국과 중국의 막후 협상이 길었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밀고 당기기가 그만큼 치열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추가 제재 원칙에 결국 동의한 것은 북한이 핵실험을 막으려던 중국 정부에 모욕을 주고 시진핑(習近平) 체제에 도전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유엔 주변에서 나온다. 그러나 유엔 소식통은 “중국이 결의안 일부 문구에 우려를 표해 회의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의심 화물을 실은 선박의 검색을 기존 임의 규정에서 강제 규정으로 바꾸고 수출 금지 사치품을 특정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강제검색이 물리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데다 사치품이 북한의 권력유지 수단이란 점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대북 결의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한 후속 작업에 곧바로 착수할 예정이다. 결의 채택과 관련한 자체 제재와 유엔 회원국의 제재 이행 독려가 후속 방안으로 거론된다. 유엔 회원국이 제재 이행을 거부해도 징계 수단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조치는 국제사회에 압박으로 작용하게 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한편으로 연방의회가 안보리 결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시하고 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 의회의 대북 강경파들이 안보리 제재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추가 제재를 법으로 만들어 행정부를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6일자 사설에서 “이번 제재에 중국이 동참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것이 북핵 사태를 진정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면서 당사국들의 고위급 회담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뉴욕=신용일 미주한국일보기자 @koreatimes.com
워싱턴=이태규특파원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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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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