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기 채무불이행자 구제를 위해 마련하려는 국민행복기금의 재원을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된 서민금융 지원 체계에서 끌어오기로 했다.
7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18조원으로 예정된 국민행복기금의 재원을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햇살론 등 MB정부 '서민금융 3종 세트' 등을 정비해 조달하는 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준비해왔다"며 "저소득, 저신용자들에게 투입된 기존 서민금융 지원체계의 불합리한 부분을 줄여 국민행복기금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민행복기금을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관리하고 있는 8,700억원의 신용회복기금을 활용해 조성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부채 탕감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순차적으로 진행하다 추후 재원이 부족하면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신용회복기금 규모는 국민행복기금 예상 소요예산 18조원에 턱없이 부족한데다가 추후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하더라도 결국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것이란 비판이 많았다. 따라서 정부에 직접 부담이 되는 자금 투입이나 채권 발행 규모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재원이 필요한데, 기존 서민금융 지원 자금이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현재 감사원이 서민금융 3종 세트 등 서민금융과 상호금융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감사 대상에는 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의 서민대출지원 상품이 포함된다. 햇살론을 취급하고 있는 단위농협, 축협ㆍ신협중앙회,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상호금융에 대해서도 감사를 실시한다. 명분은 서민금융의 실태 전반을 되짚어보고 새 정부가 추진하는 취약계층 지원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부당 대출과 방만 경영을 바로잡아 절약되는 자금을 국민행복기금의 종잣돈으로 끌어오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고소득자 대출 등 서민금융의 불합리한 부분과 연체율을 관리하면 국민행복기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까지 서민금융 3종 세트에만 투입된 자금 규모만도 5조7,000여억원에 달하며, MB정부 때 투입된 전체 서민금융 규모는 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기존 서민금융 지원 규모는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서민금융 정책의 무게 중심이 '자금 지원'보다는 '신용회복'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도 "신용회복 없이 수요자에게 자금을 주는 것은 부채 상환 연장에 불과하다"고 말해 이 같은 방향전환을 예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용회복 수혜자의 도덕적 해이가 커져 국민행복기금이 표류할 경우 서민금융 지원만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우선 캠코의 신용회복기금을 바탕으로 이달 중 국민행복기금을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