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방송통신정책 기능조정에 학계와 산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여야가 정부조직개편 최대 쟁점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할권에만 매달려 '나눠먹기식' 정치협상으로 방송통신정책을 여러 부처로 쪼갠 결과, 주파수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무가 갈기갈기 찢어져 도저히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전파학회, 전자공학회 등 12개 ICT관련 학회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과 통신의 필수재인 주파수 정책 분리에 대한 강한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여야는 주파수 정책기능과 관련,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방송용 주파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담당하고 ▦신규 주파수 배분 및 심의는 신설될 국무총리실 주파수정책심의위원회가 맡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 이 같은 여야 협상에 대해 12개 학회는 "국가의 핵심자원인 주파수를 무려 3개 부처에서 관리하는 일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며 "방송통신을 넘어 모든 산업과 융합하는 환경에서 주파수 정책업무를 이렇게 분할시켜 놓을 경우 ICT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전파학회 관계자는 "각국마다 가용주파수가 줄어 이젠 방송용으로도 썼다가 통신용으로도 쓰는 등 용도를 구분하기 힘든 추세"라며 "하나의 주파수를 3개 부처가 다루기 시작하면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협회 인터넷산업협회 등 인터넷관련 16개 학회와 협회들도 이날 별도 성명을 내고 인터넷산업과 개인정보업무의 이원화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여야는 ▦인터넷산업은 미래부 ▦민간 개인정보보호는 방통위 ▦공공기관 개인정보보호는 안전행정부가 맡도록 잠정 합의했는데, 이들 협회와 단체들은 "인터넷산업과 개인정보보호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데 이런 식으로 분리할 경우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ICT 정책조정이 이렇게 여러 부서로 나눠지게 된 것은 여야가 협상과정에서 SO 관할권에 대한 합의도출을 위해 '주고받기'식으로 업무를 각 부처에 배정했기 때문. 그 결과, ICT산업의 미래를 위해 SO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주파수, 인터넷산업, 소프트웨어, 개인정보보호 업무가 원칙 없이 여러 부처로 흩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정치권의 '개리맨더링식'업무조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잘못된 기능배분으로 업무가 중복되고 부처간 힘겨루기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어느 쪽이 됐던 방송통신정책은 한 부처로 단일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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