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저소득 서민층을 위한 '금융포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도 최소 300만명 이상이 최고 연 39% 금리의 대부업체 이용조차 어려운 금융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생계나 빚 독촉에 쫓겨 찾는 곳은 연 수백% 금리를 요구하는 불법 사채시장. 결국 일자리와 가정까지 망가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지만 정부의 각종 서민금융 제도는 결격사유가 많은 이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체계적인 회생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기사 7면
7일 금융당국과 대부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4개 대형 대부업체의 신규대출 승인율은 15.44%에 불과했다.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린 100명 중 85명은 평균 30% 후반대의 고금리 대출마저 거절당했다는 뜻이다.
정부는 아직 개인신용등급(총 10단계) 7, 8등급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체마저 외면하는 금융 소외계층의 정확한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 이재선 사무국장은 "지난해 신규대출 신청 870만건 중 승인이 거절된 736만건에 대부업 이용자의 평균 거래건수(1.9건)를 적용하면 최소 387만명이 대부업체도 이용 못하는 사람들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실은 "정부의 과거 추정방식을 최근 통계(작년 6월 말 현재 등록 대부업체 이용자 252만명)에 적용하면 불법 사채시장 이용자는 308만2,000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잠재적인 수요군까지 더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
대형 대부업체는 통상 다른 금융사에서 2~4건의 대출이 30일 이상 연체되거나 1,500만원이상 부채, 소득이 불확실한 70세 이상 노인 같은 신상기록 등 조건이 걸리면 대출승인을 거부한다. 당장 돈은 필요하지만 제도권금융 어느 곳에서도 구할 길 없는 300만명 이상이 결국 불법 사채를 찾는 셈이다.
이들은 연체기록이 있거나 소득이 불안정해 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기 어렵다. 마지막 수단으로 개인회생 절차를 밟으려 해도 직업조건, 행정비용 등 장벽이 높은 게 현실이다.
10년 넘게 대부업 분야를 담당해 온 금융감독원 조성목 국장은 "불법 사채는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아킬레스 건이지만 대출자와 이용자 모두 침묵하는 탓에 실태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며 "면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채무조정 및 회생을 유도하는 국가 차원의 그랜드플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