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파국을 맞을 것인가.
승부 조작으로 얼룩진 프로농구계에' 봄의 축제'로 불리는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고 이번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플레이오프가 무산된다면 프로농구 출범 후 처음은 물론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서도 유례 없는 파행 운영이다.
강동희 동부 감독이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 7일 10개 구단은 팀 별로 긴급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구단들은 "이런 상황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긴급 이사회에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무용론'은 이미 6강 경쟁 팀간의 고의 패배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터져 나왔다. 구단들은 "승부가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흘러가는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서 과연 팬들을 불러 놓고 축제를 치를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번에 강 감독의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플레이오프 비관론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져 주기 논란'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구단들은 물론이고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위 팀들마저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말자는 의견에 동조하고 있어 8일 오전 열릴 긴급 이사회에서 심각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잇따른 악재로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황에서 팬들이 등을 돌린 건 이미 확인됐다. 강 감독의 승부 조작 의혹이 불거진 직후 6일 삼성과 KT의 경기가 열린 잠실실내체육관은 이번 시즌 최소 관중(1,416명)이 입장했다. 평일이라고 하더라도 농구계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는 숫자였다.
모 구단 단장은 "훗날 2012~13시즌 기록을 돌이켜 봤을 때 과연 누가 정정당당한 순위로 평가하겠느냐"면서 "그럴 바에야 자숙의 의미에서 정규리그 우승팀만 가리고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팀의 사무국장도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는 것뿐 아니라 이 참에 정규리그 순위도 어떤 식으로든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9일 정규시즌 일정이 마무리되는 이번 시즌 프로농구는 22일부터 3위-6위, 4위-5위가 맞붙는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시작으로 '봄의 잔치'에 돌입할 예정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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