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정사의 중요한 역사 현장인 정부수반 유적들이 시민에 개방된다. 서울시는 유적들과 연계한 관광 투어코스를 개발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헌정사를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교육의 장 마련을 위해 대표적인 6곳의 정부수반 유적에 대한 보존ㆍ정비작업을 벌여왔다. 그 첫 번째 작업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로 사용된 종로구 평동에 위치한 경교장이 지난 1일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개방됐다. 또 5ㆍ16군사 쿠데타로 정치에 물러난 비운의 정치인 장면 전 총리의 가옥과 5ㆍ16군사 쿠데타의 모의 장소로 알려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중구 신당동 가옥, 최규하 전 대통령의 가옥 등이 올 상반기에 잇따라 공개된다. 아울러 윤보선 전 대통령 가옥과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사저가 지난해부터 복원 공사에 들어가 2015년에 복원이 완료될 예정이다.
내달 19일부터 개방될 예정인 장면 전 총리 가옥은 대지403㎡, 연면적 250㎡ 규모로 28평 안채와 18평 사랑채, 자그마한 경호동으로 이뤄져 있다. 4∼5평 정도의 안채는 장면 전 총리 가족이 주로 생활했던 공간으로, 7명의 자녀들은 방 한 칸에 칸막이를 치고 함께 지냈다고 전해진다. 가옥에는 1930년대 후반 동네 가구 기술자에 부탁해 만든 나무 책상이 눈길을 끈다. 장 전 총리는 1966년 별세할 때까지 이 책상을 각별히 애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주미대사 시절 미국에서 사와 수십 년을 사용한 선풍기도 응접실 한 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의 가옥은 올 6월 공개된다. 1980년 퇴임한 최 전 대통령은 2006년 10월 서거 당시까지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줄곧 칩거해와 그의 가옥내부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응접실 서랍장 위에는 애연가였던 최 전 대통령의 담배함이 놓이고, 응접실 한쪽에는 그의 딸 종혜씨가 태어나던 해에 구입해 2006년까지 사용한 선풍기 등이 예전 모습대로 전시된다.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녀와 손주들이 보냈던 편지, 대통령이 사용했던 그랜저 승용차도 기증받아 전시될 예정이다.
같은 달 일반에 문을 여는 일제시대 당시 건축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당동 가옥은 5ㆍ16군사 쿠데타을 계획하고 지휘한 장소로서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며 2008년 등록문화재 412호로 지정됐다. 1974년까지 육영수 여사의 어머니가 거주하면서 가옥 뒤편을 증축해 60~70년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서울시는 사진 등 관련 자료와 관계자 증언 등을 통해 내부 구조를 박정희 대통령 거주 당시로 복원하고, 증축된 부분은 전시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수정 서울시 문화재조사연구팀장은 "개발로 없어질 위기에 처했던 근ㆍ현대사 주요 현장을 복원한 것은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 시민들의 역사의식을 되새기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시는 올해 이들 3곳의 유적이 개방되면 서울시 도보 관광 코스의 중 하나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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