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감독이 프로농구 경기 승부조작에 직접 개입한 사실이 7일 일부 확인되며 영장 청구방침이 알려지자 농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구단 관계자와 측근들은 검찰 소환 전날까지 태연하게 경기(6일 오리온스전)를 지휘하고 승부 조작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던 강 감독에게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완 동부 단장은 3일까지만 해도 "강 감독을 믿는다"고 말했지만 승부 조작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 단장은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황당하다"면서 "무혐의를 소명할 수 있다고 되풀이해왔기 때문에 믿고 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침통해했다. 성 단장은 구단 차원의 대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한국농구연맹(KBL)과 별개로 영구 퇴출의 철퇴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9일 모비스전부터는 코치(김영만 이세범)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KBL도 7일 울산(모비스-SK전)에 내려가 있는 한선교 총재가 돌아오는 대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KBL 대회요강 제27조에 따르면 선수는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부정행위, 농구와 관련된 체육투표권 구매 행위를 할 수 없다. 또 경기를 도박 및 사행 행위의 수단으로 여긴 선수는 견책 또는 영구제명 되며 3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제재금이 부과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사안의 심각성과 타 스포츠의 전례를 볼 때 최고 수준의 징계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앞서 프로축구(2011년)과 프로야구, 프로배구(2012년)에서 선수 승부 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 가담자 60명이 영구제명됐다. 따라서 농구에서도 승부 조작에 가담한 선수나 코칭스태프는 배구의 사례와 같이 영구제명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현역 프로 스포츠 감독이 직접 승부조작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건 강 감독이 처음이다.
끝까지 강 감독을 믿었던 농구계도 큰 충격에 빠졌다. KBL 관계자는 "설마 했던 일이 사실로 드러났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런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각 구단도 이날 오후 강 감독의 속보가 전해지자 긴급 미팅을 통해 소속팀 감독들에게 혹시라도 모를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벌였다. 모 구단 사무국장은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지만 차제에 승부조작이 완전히 뿌리 뽑힐 수 있도록 농구계가 각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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