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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서

입력
2013.03.0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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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30~40대 부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은퇴인식 조사 결과는 흥미롭다. 남편 75%는 은퇴한 뒤 전원생활을 원했지만 아내 65%는 대도시 아파트에서 살기를 원했다. “부부가 함께 하루 6~10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사람은 남편 56%인 반면 아내는 28%에 불과했다. 평생 남편과 자식을 수발하며 살았는데 늙어서도 시골에 묻혀 하루 세 끼 챙겨주며 매여 살 수 없다는 게 아내들의 생각이다. 30~40대가 이러니 그 윗 세대는 더할지도 모른다.

앞뒤 재지 않고 일만 하다가 은퇴를 해보면 남자들은 무력감과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된다. 가정과 가족을 위해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월급을 통째로 맡기고 살아온 터에 경제권을 주장할 여지도 없다. 잘못하면 그 동안 참으면서 별러온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기 십상이다.

“다시 태어나도 지금 배우자와 결혼하겠는가"라는 통계청의 질문에 대해 남자 43.6%가 “하고 싶은 편”이라고 한 반면 여자 44.8%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금 배우자와 다시 결혼하고 싶다는 여성이 실제로는 훨씬 더 적을 것 같다. 은퇴 후에 남편은 아내와 오붓하게 지내고 싶어 하지만, 아내는 “꿈 깨, 난 해방이야”라고 생각하는 게 요즘 부부의 모습 아닌가 싶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국민행복시대를 약속해 당선했고, 민주통합당의 당내 경선에서 손학규 후보는 ‘저녁이 있는 삶’을 강조했다. 행복과 가정의 중요성을 내세운 것인데, 우리 사회는 이처럼 국가나 통일과 같은 거대 담론에서 개인의 행복과 안녕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국민 개개인의 행복이란 일자리 창출이나 바른 정치, 수출액 증가와 국가재정 확충, 이런 것들과 반드시 비례하거나 일치하지 않는다. 행복은 그야말로 개인적이며 심리적인 것이다. 유사 이래 행복이라는 말이 많이 쓰였지만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라니 불과 30여 년 전이다.

미 일리노이대의 에드 디너라는 심리학과 교수에 의하면 행복한 사람들은 1)전체적으로 내 삶에 대한 만족감이 높고 2)긍정적 정서를 자주 경험하며 3)부정적 정서를 덜 느끼는 사람들이다. 너무도 뻔한 이야기 같지만, 과학적으로 행복을 연구하려면 이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측정한다고 한다.

나라와 국민의 행복은 사회의 가장 기초단위인 가정에서 시작된다. 국민행복은 각 가정행복의 총화이며 그 융합이며 합산이다. 가정은 부부에서 비롯된다. 부부가 조화롭지 않거나 불행하면 가정의 안녕과 행복을 기약할 수 없고, 가정이 행복하지 않으면 국민행복시대를 이룩할 수 없다.

가정이나 부부의 행복이란 근본적으로 국가나 사회가 기획하고 조정해서 안겨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나의 본질적인 행복보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행복에 더 관심을 쏟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불행하다. 이 점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

퇴계 이황은 21세에 장가 들어 27세 때 첫 부인과 사별하고 서른에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여성과 재혼했다가 45세 때 그 부인과도 사별한 사람이다. 비상식적인 행동을 자주 했던 둘째 부인을 퇴계는 사랑과 정성으로 감싸고 보살폈다. 손자가 결혼할 때 편지를 보내 이렇게 말했다. “부부란 인륜의 시작이고 만복의 근원이니 아무리 지극히 친밀하고 가까워도 또한 지극히 바르고 지극히 삼가야 하는 자리다.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부부에서 시작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 집안을 바르게 하려면 마땅히 그 시작을 삼가야 하는 것이니 천 번 만 번 경계하거라.”

남녀와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며 슬기롭게 가정을 꾸려가는 일의 어려움과 중요함을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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