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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 막고 투항 강요하니 정치가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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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 막고 투항 강요하니 정치가 실종됐다

입력
2013.03.0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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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파행이 장기화하는데도 정치권의 해결 의지가 분명하지 않다. 더욱이 2월 임시국회 폐회 이후 여야와 청와대는 진의가 의심스럽거나 상대의 선택 폭만 좁히는 엉뚱한 움직임만 보이고 있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그제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의 3대 조건을 내걸었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 절차의 엄격화, 방송사 파업 청문회, MBC 김재철 사장 수사 및 사퇴 촉구 등의 요구는 야당 말대로 방송 장악 의도가 없음을 확인시키는 조치일 수도 있지만, 제사보다 젯밥에 마음이 있는 민주당의 속내로 비치기 십상이다.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민주당의 주장이 실은 특정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과 언론노조의 밀착에서 비롯했다는 소문도 일깨운다. 무엇보다 야당의 제안은 적절한 시기에 최소한의 양보로 야당의 체면을 세워주어야 할 정부ㆍ여당에 선택의 혼란을 안겼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여당은 한 술 더 떴다. 여야가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하는 한 국회의 정상운영이 불가능함을 뻔히 알면서도 3월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했다. 나아가 이한구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직권상정을 국회의장에 요청하기로 하고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지난해 개정된 국회법(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대형 천재지변이나 전시, 또는 그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그것도 야당의 협력이 전제임을 이 원내대표가 모를 리 없다. 야당에 심리적 부담을 줄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보자는 식이다. 이런 행태는 정부 파행에 대한 여론에 부담을 느껴 '무조건 항복'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야당 내 일부 의견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청와대의 자세도 그에 못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정부 파행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정치 지도자 본연의 소임'을 환기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고, 정부조직 개편과 무관한 부처의 장관까지 임명하지 않고 있는 모습과는 동떨어진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문제를 풀 생각이라면, 상대의 체면을 세워줄 양보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의 퇴로까지 틀어막는 어리석음은 피해 주길 여야와 청와대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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