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에서 수입차의 가파른 성장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 업체의 2월 실적은 9만8,826대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12.5%나 격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1만556대로 15%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차 판매 부진은 지난해 말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에 따라 그 전에 선주문이 집중됐던 사정도 없지 않다. 하지만 수입차의 질주는 우리 자동차산업에 닥친 위기에 대한 분명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수입차 공세는 2000년대에 거세게 전개됐다. 2004~2008년엔 엔저를 타고 렉서스와 혼다가 본격 상륙했고, 그 이후엔 벤츠와 BMW를 거쳐 아우디 같은 독일차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했다. 이에 따라 2002년 1%를 갓 넘었던 내수시장 점유율도 2009년 5%를 거쳐 지난해 드디어 10%를 돌파했다. 소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수입차의 저변이 급속도로 확대된 건 저배기량 및 디젤차를 통한 중산층 공략이다. 여기에 고연비와 디자인을 내세운 다양한 신차 공세도 수요 확산에 기여했다.
지난해 현대ㆍ기아차의 내수 판매랑은 115만대에 그쳤다. 반면 해외 판매량은 전년 보다 10% 정도 증가한 597만대에 달했다. 수출이 좋으니 내수를 좀 내줘도 괜찮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자동차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국가 총력전을 벌이는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트로이카의 공세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최근 엔저를 앞세운 일본차의 강력한 부활, 고연비ㆍ소형차 경쟁력을 강화한 미국차의 회복, 독일 명차의 공세와 중국 등의 도전을 감안할 때 당장의 수출실적에 안주할 상황이 절대 아니다.
수출이든 내수든, 재도약을 이루지 못하면 우리 자동차산업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수시장에서 새삼 확인되는 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은 고급차는 물론, 중저가 제품까지 수입차종에 즉각 위협받을 정도로 허약한 게 사실이다. 정부와 업계가 산업정책, 연구개발, 생산성 향상 등 자동차산업 재도약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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