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성좌, 정지상태의 변증법 등 20세기 인문학계 수많은 개념을 만든 독일의 문예비평가 발터 벤야민(1892~1940)은 당대 현실에서 철학적 장면을 포착해 예민한 글로 남겼다. 1930년대 파리를 중심으로 근대성을 사유한 벤야민의 비평은 역설적으로 현재의 한국 독자들이 그의 글을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방대한 지적스펙트럼과 독창적인 인식방법으로, 요컨대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작가는 생존에 빛을 보지 못했다.
구조주의 중심의 학계에서 저평가됐던 그는 최근 인문학자들에 의해 조명되며 학계의 아이콘이 됐다. 이탈리아 출신의 비평가 조르조 아감벤은 벤야민의 미완성 유고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발굴해 벤야민 재조명의 도화선을 제시했고, 그 역시 벤야민의 사상을 바탕으로 쓴 '호모 사케르' 시리즈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미국의 이론가 수전 벅모스는 메모 덩어리에 불과한 이 책에 충실한 해석을 덧붙인 저서 로 이름을 알렸다. 슬라보예 지젝, 테리 이글턴, 프레드릭 제임스 등 거장들이 잇따라 벤야민에 주목하면서 벤야민 연구는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다.
벤야민에 관한 국내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총망라해 소개하는 학술심포지엄 '2013 벤야민 커넥션-쓰여지지 않은 것을 읽다:발터 벤야민의 현재성'이 9~10일 서울 정독도서관에서 열린다. 15권에 달하는 벤야민 선집을 기획,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 길이 창사 10주년을 맞아 선집 번역에 참여하거나 관련 책을 준비 중인 연구자들을 초청한 자리다.
김남시(조형학) 최성만 임석원(이상 독문학) 이화여대 교수, 김홍중(사회학) 서울대 교수, 윤성우(철학) 한국외국어대 교수,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등 10명의 국내 연구자들이 발표하한다. 독일 영화감독 다비드 비텐베르크도 참여해 자신의 2010년 작품인 '발터 벤야민을 추억하며:우정의 이야기들'을 상영한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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