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소도시 크레모나에는 150여 명의 현악기 제작자가 활동하고 있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의 고향인 이곳에서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비법을 연구 중이다. 한 점 남은 그의 작업실 묘사도와 똑같이 재현해놓고 인근 숲에서 나무를 베어 만들어보는 등 심혈을 기울였지만 그만큼 정교한 악기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수많은 과학자들도 스트라디바리우스 소리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X선과 CT촬영, 화학물질 분석 등 온갖 실험을 해봤지만 실패했다.
■ 스트라디바리우스 음색의 비밀에 대해 가장 많이 나온 분석은 기후 관련성이다. 스위스연방 재료과학연구소는 당시 이탈리아를 강타한 극심한 한파 속에 자란 특별한 나무에 비밀이 숨어있다고 파악했다. 추운 기후에서 느린 속도로 자란 나무결의 밀도가 높고 탄력성이 커 섬세한 소리가 날 수 있었다는 것. 미 텍사스 A&M대학은 북부 이탈리아 숲에 들끓었던 해충으로부터 바이올린을 보호하려고 바른 도료에, 파리 뮤직뮤지엄연구실은 바이올린 표면에서 검출된 납 성분에 주목했다.
■ 스트라디바리는 전 생애에 걸쳐 1,100대의 악기를 제작해 현재는 바이올린 600대, 비올라 12대, 첼로 50대 등이 남아있다. 그 중 둘째 부인과 결혼해 안정을 되찾은 1697~1725년 사이 제작된 악기의 가치가 가장 높다. 대부분 수십억 원을 호가한다. 재작년 1721년산 바이올린이 약 172억 원에 팔렸고, 나폴레옹이 소유했던 1697년 산은 약 39억 원에 판매됐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진씨가 3년 전 런던에서 잃어버린 1969년 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되찾게 됐다. 샌드위치를 사려고 잠시 내려놓았다 도난 당한 시가 21억 원 상당의 바이올린을 판매하려던 집시가 붙잡혔다. 연주자가에게 악기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정경화씨의 어머니는 집을 팔아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줬다고 한다. '현악기는 400년 동안 진화하고 400년 동안 퇴화한다'는 속설에 따른다면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네리' '과다니니' 같은 앤틱(antique)악기의 가치는 더 치솟을 것이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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