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약도 지나치게 먹으면 건강을 해친다. 콩팥 때문이다. 약에 가장 민감한 장기가 바로 콩팥이다. 의학이 발달하고 고령 인구가 늘고 건강기능식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현대인의 콩팥은 점점 피곤해지고 있다. 특히 갑작스레 찾아오는 급성콩팥병이 최근 빠르게 느는 추세라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세계신장학회와 국제신장재단연맹이 정한 14일 '세계 콩팥의 날'을 맞아 대한신장학회가 급성콩팥병을 예방하고 콩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생활수칙을 내놓았다.
약과 건강기능식품 남용 말기
약을 먹으면 유용성분이 위장관을 통해 혈액으로 흡수되고, 남은 독성물질은 간으로 가 제거된다. 그리고 남은 독성물질과 찌꺼기는 콩팥에서 다시 해독과정을 거쳐 몸 밖으로 배설된다. 약을 많이 먹을수록 콩팥은 일을 더 하게 된다는 얘기다. 또 콩팥의 세포들은 약에 매우 예민하다. 일부 약 성분은 콩팥의 세뇨관(혈액의 노폐물을 오줌으로 걸러내는 작은 관)을 직접 손상시킨다. 때문에 콩팥이 수용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약을 먹으면 콩팥에는 되레 해가 된다.
약과 비슷한 성분이 들어 있는 건강기능식품도 마찬가지다. 많은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자주 오랫동안 먹다 보면 수시간~수일 만에 혈액투석이 필요할 정도로 급격하게 콩팥이 나빠질 우려가 있다. 이런 급성콩팥병은 일찍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대부분 정상적으로 회복되지만, 10~20%는 계속해서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말기신부전까지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다.
체력에 맞게 운동하기
마라톤이나 사이클 등 오랜 시간 과도하게 근육을 쓰는 운동을 하면 몸에서 미오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진다. 식스팩을 만드는 것도 바로 이 단백질이다. 미오글로빈이 몸에 너무 많아지면 혈액 속으로까지 들어간다.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고 난 미오글로빈은 콩팥으로 내려가 세뇨관을 막는다. 그러면 오줌 양이 점점 줄고 색깔이 붉게 바뀌다가 급기야 안 나오게 된다.
대한신장학회 강덕희 홍보이사(이대목동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소변에 변화가 생긴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수액주사나 투석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치료가 늦을수록 만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무리한 운동 후 소변에 변화가 생기기 전에 보통 근육통이 나타나는데, 이때 진료를 받는 게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영상검사 전 콩팥 기능 확인하기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조기검진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영상검사 빈도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영상검사 전 콩팥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촬영 전 환자에게 사용되는 조영제(영상에서 조직이나 혈관이 잘 보이도록 해주는 약)가 콩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 당뇨병 환자나 75세 이상의 고령자, 탈수 등으로 체액이 줄어 있는 환자,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는 조영제 때문에 콩팥에 더욱 무리가 갈 수 있다. 강 이사는 "촬영 전 혈액 검사로 크레아틴 수치를 확인하고, 비정상이라면 의사와 상의해 조영제 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분 부족해지지 않도록 주의하기
콩팥으로 가는 혈액은 1분에 약 1리터(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20~25%)다. 콩팥이 양쪽 합해 무게가 300g 정도로 작은 장기라는 걸 감안하면 대단한 양이다. 심한 설사나 구토가 계속돼 몸에서 수분이 부족해지면 체내를 순환하는 혈액량이 줄고, 콩팥에도 피가 덜 가게 돼 콩팥 기능이 갑자기 떨어질 수 있다. 이럴 때 수액주사 등으로 부족한 수분을 보충해주면 기능이 빠르게 회복되기도 한다. 따라서 탈수현상이 이어질 땐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게 좋다.
콩팥 규칙적으로 검사하기
갑자기 오줌 양이 줄거나 다리, 발등 등이 부으면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급성콩팥병은 평소 아무 증상이 없다가도 갑자기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피로하고 지치면서 구토, 경련이 있을 때도 콩팥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 혈뇨나 단백뇨가 있었던 사람, 관절염 약을 복용하는 환자, 콩팥질환을 앓았던 가족이 있는 사람,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쪽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정기적으로 콩팥 기능을 확인해봐야 한다.
대한신장학회는 11~15일을 '콩팥건강주간'으로 정하고 전국 여러 병원에서 콩팥병 예방 공개강좌를 연다. 지역별 강좌 장소와 시간은 인터넷 홈페이지 www.ksn.or.kr에서나 전화 (02)3486-8738로 확인할 수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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