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이후 영리활동 기준 명확히 하고 공직자 취업심사 강화해야"
'전관 집합소(前官集合所)'가 돼버린 대형 로펌들의 로비 기업화를 막을 방안은 없을까. 공직사회를 잠식하고 사법부의 신뢰를 갉아먹는 전관예우의 해법은 무엇일까. 공직자들에게 눈치보기를 강요하는 전관의 귀환, 이른바 리턴(return) 인사는 어떻게 방지할 수 있나.
전관예우라는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고질의 치유 방안은 매우 난해해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해법은 ▦공직자윤리법 및 변호사법 강화 ▦이해충돌 방지법 신설이라는 것으로 간명하게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사법연수원 기수 중심의 위계문화까지 얽히고 설킨 법조계의 전관예우 문제 역시 같은 틀에서 풀어가되, 장기적으로 법조일원화 및 평생법관제를 정착시켜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직 후 취업 심사 강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유명무실한 퇴직 공무원 취업제한 제도를 손질하는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된 사기업에 퇴직 후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의 의미가 소극적으로 해석돼 퇴직자가 컨설팅이나 고문 등의 명목으로 수수료 등을 받는 경우 제한할 방법이 없다. 또 취업이 제한되는 부서 업무가 '인가, 허가, 면허, 승인에 관계된 업무' 등으로 정해져 있어 총괄업무 등을 맡은 고위공직자일수록 오히려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순이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 역시 허술하다. 10여년 간 은행 감독 업무를 하던 공직자가 퇴직 5년 전 총무부서에서 일한 뒤 심사에 통과해 은행으로 재취업하거나, 은행권 감독을 하다 퇴직해 비은행권인 증권사에 취업하는 등 '경력 세탁'을 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고위 법관이나 검사도 퇴직 후 1년간 수임지 제한을 받지만 로펌의 고문변호사 등 직함으로 재취업할 경우 제약할 방법이 없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 장유식 변호사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 퇴직 전 업무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행위를 보다 촘촘하게 제한해야 한다"며 "행정안전부가 개선책으로 내놓은 자격증 심사 등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또 "최근 대형 로펌들이 경쟁력 강화보다는 전관을 영입해 국내 사건을 싹쓸이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어 그 대책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탁 신고 의무화,'리턴 인사'규제
전관예우의 가장 큰 폐해는 전관들이 고액 연봉을 대가로 벌이는 청탁 등이 공정한 공직업무 수행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퇴직 후 행위 제한과 더불어 '청탁 신고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정욱 참여연대 시민감시2팀장은 "전직 관료가 현직 공무원, 검사, 판사 등에게 정보를 먼저 알려달라는 등의 부탁을 해왔을 때 '저 큰일납니다' 하고 거절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큰일 날 일이 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공직자윤리법은 청탁 등을 받은 경우 이를 기관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 공직자가 거의 없는 만큼, 신고 누락에 대한 징계 및 처벌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관련 교육도 확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전관이 장관이나 검찰총장 등 기관장 등으로 복귀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마련한 '부정 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김영란법)을 입법해야 한다는 요구도 크다. 또 퇴직공직자가 민간에서 했던 업무와 공직에 재임용되는 경우 이해충돌을 면밀하게 분석ㆍ평가한 뒤 인사에 이를 반영하는 '이해충돌 심사제' 도입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법조계 '기수 중심 구조' 벗어나야
로펌을 중심으로 한 법조계의 전관예우 타파를 위해서는 변호사법상 개업지 제한을 넘어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선종문 변호사는 "연수원 기수상 나보다 후배가 승진에서 앞서가면 옷을 벗는 관례가 당연시되는 법조계 문화에서 40~50대 부장판사, 차장검사 출신 등이 로펌에서 영리활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며 "개업지 제한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경력 변호사 중에 법관을 선출하고 연방판사를 종신직으로 보는 미국 등과 달리 우리사회는 전관을 배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법조일원화, 평생법관제의 정착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관 배출 자체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선 변호사는 "공직활동 중에 얻은 지식과 경험, 인맥은 공무원으로서 자연스레 쌓인 것이지 개인의 재산이 아니다"라며 "퇴직 공직자들이 이를 자신의 부를 추구하는 데 사용하는 것 자체가 공직자 윤리를 위반하는 위법행위이며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부터 자리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