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강도 유엔 대북 제재에 전격 합의하고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에도 반대의 뜻을 표명하면서 북중 관계가 새 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회원국은 조만간 대북 제재 결의안에 표결하기로 했는데 이는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제재 수위를 놓고 막후 협상을 해온 미국과 중국이 북한 제재에 합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제재 결의안은 선박 검색과 금융 제재까지 포함한 강력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안보리 대응은 신중하고 적절한 것이어야 한다”는 중국의 주장과 달라 주목된다.
고강도 제재에 난색을 표해 온 중국이 결의안에 동의한 것은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요구를 더 이상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은 북한을 계속 비호하다가는 한중관계는 물론 미중관계까지 손상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불장난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주변의 안정이 절대적인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실험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중국이 북한 핵실험 후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중국은 1월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제재안 결의 때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할 경우 더 높은 수준의 제재를 하기로 이미 약속했다. 중국 내에서 북한을 버려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반북 시위가 이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에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전협정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한반도 정세가 복잡하고 민감한 만큼 당사국들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조치를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정전협정 당사국의 일원인 중국의 의견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백지화 선언을 한 것은 대북 제재안에 동의한 중국에게 분노를 표시한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중국이 고강도 대북 제재를 실제 행동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이미 대북 제재 결의를 어기고 북한에 탄도미사일 운반 트럭을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금융제재도 북한이 관련 계좌를 현금으로 인출한 뒤 차명으로 돌린 상태여서 실질적 효과가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가 변하지 않은 만큼 중국이 북한의 적이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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