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라크를 재건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600억달러(약 65조원)를 쏟아 부었지만 자금의 비효율적인 집행으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 보고서를 인용, "10년 전 큰 희망 속에 시작됐던 이라크 재건사업이 기만과 비효율 속에 마감됐다"고 6일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드난 알 아사디 이라크 내무장관은 "미국의 자금은 이라크 모든 도시에 쓰였지만, 이라크에서 그 돈으로 지어진 건물 한 채, 프로젝트 하나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그다드와 그 외 다른 도시들을 헬기를 타고 둘러보더라도 미국이 완성한 프로젝트나 빌딩을 하나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과장된 발언이라 하더라도 미국이 이라크에 남긴 유산의 핵심을 제대로 찌른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누리 알 말리키 총리도 "미국의 지원에 감사하지만, 수백억달러는 제대로만 쓰였다면 이라크에 큰 변화를 이끌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실제 미국은 이라크 현지인이 1만달러면 충분하다고 평가한 학교 한 곳을 짓는데 7만 달러를 주며 낭비했다. 반면 필요한 곳에는 돈이 집행되지 않았다. 반군과의 교전으로 폐허가 된 팔루자 지역에 폐수 처리장을 만드는 데는 필요한 것보다 훨씬 적은 자금이 지원됐다.
하산 알 시마리 법무장관은 "미국인들은 기지 주변에 작은 프로젝트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지속되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에 이라크에 제대로 된 정부가 있었으면 미국 정부와 상의해서 재건의 비전과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 퇴임한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미군이 준비 없이 재건사업에 떠밀려 들어간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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