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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에 밀려… 자사고 떠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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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에 밀려… 자사고 떠나는 학생들

입력
2013.03.0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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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의 미림여고 3학년은 '자율형사립고 1기'다. 2년 전 입학 당시 349명이었던 학생 수가 지금은 240여명으로 뚝 떨어졌다. 3분의 1이 전학을 가서다. 이들이 1학년이었던 해에만 103명의 학생이 빠져나갔다.

고3 수험생을 둔 자사고 학부모 최모(48)씨도 아들을 자퇴시킬 작정이다. 일반 중학교에서 전교 1~2등을 하던 아들은 자율형사립고에 들어가면서 첫 시험에서 13등을 하더니 이후엔 20등 밖으로 밀려났다. 1등급이던 내신은 5등급이 됐다. 자신감도 함께 곤두박질 쳤다. 최씨는 "더 일찍 자퇴시키지 못한 게 한"이라며 속상해했다.

자사고를 떠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유기홍 민주통합당 의원실의 '서울지역 26개 자사고 학생 학적변동 사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1년 입학생을 기준으로 1년 뒤 정원이 유지되고 있는 학교는 단 4곳뿐이었다. 12곳은 처음부터 미달이었고 10곳은 당초엔 정원을 채웠지만 전출(전학)ㆍ자퇴 등으로 정원보다 학생 수가 줄었다.

이 같은 이탈생은 서울을 통틀어 875명으로 학교당 33명 꼴이다. 미림여고가 103명으로 가장 많았고 우신고도 66명, 용문고도 64명이 중도에 이탈했다.

지난 해엔 더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2012학년 입학 후 8월말까지 이탈 학생 수는 655명이었다.

학생들이 전학이나 자퇴를 결심하는 첫번째 이유는 내신성적에 대한 압박이다. 미림여고의 한 교사는 "일반고에서는 4등급 정도 받을 학생도 자사고에선 9등급까지 내려갈 수 있는데, 학생들이 한둘씩 나가기 시작하면서 내신이 더 불리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동요한 학생들이 10여명씩 전출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모집학생 수가 미달된 학교일수록 심하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학군이나 재단의 지원 등에 따라 경쟁률에 차이가 나는데 미달사태를 겪은 학교에서 전출률이 높은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자사고 대부분이 입시 교육 위주로 편법 운영되고 과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이 위화감을 크게 느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정원의 20%를 할애해서 뽑는 사배자 학생들은 학비, 급식비 등을 전액 지원받지만 사교육비 등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사 정모씨는 "너도 나도 과외를 받으니 사배자 학생의 학부모도 어쩔 수 없이 시키느라 허덕대거나 사교육을 해주지 못해 속상해 하는 일이 많다"며 "아이들 스스로 사배자 전형생이라는 것에 주눅이 들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사고 교사 김모씨는 "사배자 전형 입학 학생들의 경우 성적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소위 밑바닥 깔아주는 애들'로 공공연하게 인식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배자 전형 입학생의 전학ㆍ자퇴율은 11.2%로 일반전형 학생의 8.2%를 웃돈다.

김학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은 "교육비가 일반고의 3배나 되는데도 내신 성적은 떨어지니 이탈이 생기고, 사배자 학생들은 또래집단에 제대로 융화되지 못하는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며 "일반고 전환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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