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혐의로 검찰 출석을 앞둔 '코트의 마법사' 강동희(47) 원주 동부 감독이 농구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강 감독은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상당한 정황증거와 진술을 확보하고 사법처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에 따라 그가 30년 동안 쌓아 올린 화려한 경력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농구계나 많은 농구팬들은 "강 감독이 뭐가 아쉬워서 불법도박과 승부조작에 가담하겠느냐"며 검찰 수사에 여전히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 출신인 스타 감독으로 수억 원대 연봉을 받고 있는 데다 유소년 농구교실을 여는 등 농구에 남다른 애정을 과시해온 터라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더욱이 지난 시즌 팀 8할 승률에 역대 최다승으로 프로농구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지도자상까지 받는 등 감독으로도 승승장구했던 그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의정부지검도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추적하다 적발한 브로커 최모(37)씨의 입에서 강 감독의 개입 얘기가 나왔을 때 긴가민가했다는 후문이다.
이 바람에 검찰은 최씨 등을 상대로 강 감독이 관여할만한 동기와 배경에 대해 상당한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검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질 당시 강 감독이 도박 빚과 음식점 운영부진으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강 감독은 2010년 친분이 두터운 운동선수와 함께 경기 분당에 한정식 집을 차렸지만 적잖은 초기 투자 비용과 경영난으로 자금난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음식점은 결국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사실 강 감독은 코트에서 보인 깨끗한 매너, 신사 이미지와 달리 코트 바깥에서는 여러 불미스런 일에 연루돼 구설에 올랐다. 올 초 전 조직폭력배 두목 빈소에 조화를 보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고 동부 코치 시절인 2006년 불법 사설 도박장에 출입하다 적발돼 약식 기소된 전력도 있다. 이 때문에 농구계 주변에서는 문제가 있었다면 결국 도박이 아니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자금난에 처한 강 감독이 최씨의 유혹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강 감독은 7일 프로농구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의정부=김기중기자 k2j@hk.co.kr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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