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50)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5일 눈물을 글썽이며 갈라진 목소리로 국민에게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을 알렸다. 이미 차베스의 후계자로 지명된 그가 차베스 정권을 성공적으로 승계할 것인지, 야권연대가 새롭게 정권을 잡을 것인지, 또 혼란을 딛고 대선이 제대로 치러질 것인지 등 국제사회의 시선은 베네수엘라의 포스트 차베스로 집중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사망하면 사망 후 30일 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집권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PSUV)은 마두로 부통령을 내세워 정권 수성에 나설 예정이다. 야권 통합연대(MUD)는 차베스의 대항마로 활동해 온 엔리케 카프릴레스(41)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암헤르스트 대학의 자비에르 코랄레스 교수는 “한 명의 개인에 의해 지배된 정권은 그 인물이 사라졌을 때 모든 기반이 약해진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혼란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엘리아스 하우아 외무장관은 “차베스의 지시”라며 마두로가 대통령 직무대행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헌법에는 직무대행 자격이 명확히 나와 있지 않아 야권은 국회의장이 직무대행을 맡아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선 이후에도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마두로가 대통령이 돼 차베스의 정책들을 승계한다고 해도 그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차베스는 집권 14년간 석유산업과 1,000개가 넘는 외국기업을 국유화했다. 이를 통해 무상교육 및 무상의료, 저가주택 공급과 현금 보조금 지급 등의 정책을 펼쳤다. 빈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재정적자는 급증하고 생필품은 태부족한 상태다.
마두로는 차베스의 사망을 알리는 연설에서 미국을 겨냥해 “적들이 차베스의 암을 일으킨 의심이 있으며, 과학적 조사를 하겠다”고 해 차베스의 반미노선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에게는 차베스의 그림자에서 독립하고, 차베스의 고립노선이 가져온 피로감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대미관계 재정립도 그 중 하나다.
반면 카프릴레스는 “브라질의 룰라식 중도좌파 개혁을 단행하겠다”며 흔들리는 민심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초 주지사 선거에서 23개주 중 마두로에게 20곳을 내줬던 것으로 볼 때 아직 마두로를 이기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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