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의 죽음으로 중남미 좌파 동맹에도 비상이 걸렸다. 차베스 대통령은 집권 14년 동안 막대한 오일머니를 이용해 쿠바,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중남미 국가에 경제 원조를 아끼지 않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 대항하는 좌파 볼리바르 동맹을 이끌어왔다.
2011년 석유수출국기구(OPEC) 자료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확인된 원유 매장량은 2,950억 배럴(전세계 매장량의 24.8%)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세계 1, 2위를 다툰다. 차베스는 2005년 카리브해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 17개국과 석유동맹(페트로카리베)을 맺고 석유를 싼 값에 공급해왔다. 이 덕분에 쿠바는 하루 10만배럴의 원유를 공급받았으며 심지어 이중 40%를 외국에 되팔아 돈을 벌었다. 니카라과는 베네수엘라로부터 연간 5억달러의 경제 지원을 받아 빈곤퇴치와 인프라 건설 등에 투자했다.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등도 합작사업과 직접투자 방식으로 베네수엘라의 도움을 받아왔다.
하지만 차베스의 사망으로 이 같은 투자가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국제유가 하락과 심각한 빈부격차 등 국내 경제 문제로 베네수엘라의 차기 정권이 불가피하게 감축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돕슨 국제정치 전문가는 “베네수엘라 유권자들은 차베스의 복지정책을 지지하면서 그를 선택했을 뿐 선심성 외교정책에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대항하는 정치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야권이 차기 권력을 장악할 경우 정치적 좌편향에서 탈피하고 기존 동맹국들과 관계가 어긋나 중남미 전반의 반미 지형에 큰 변화가 올 가능성이 크다. 반미 동맹의 또 다른 축인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이미 2018년 은퇴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강경 좌파 세력의 세는 줄어들 수 있다. 대신 최근 3선에 성공한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과 내년 대선에 출마해 2025년까지 집권하겠다고 밝힌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반미 연대를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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