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우리 사회에서 핵무장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부 지도층과 전문가들이 핵무장을 주창하고, 국민 3명 중 2명이 이를 지지한다. 그런데 과연 핵무장이 우리 안보와 국익을 보장할 것인가. 혹시 비현실적인 옵션을 제기함으로써 국론을 잘못 인도하고, 소진시키고 분열시키지는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의 핵무장은 국제법상 불법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현 한미동맹체제에서 불필요하다. 핵무장론은 실현되기 어려운 혜택을 과장하는 반면, 이에 따른 비용과 희생은 외면하거나 과소평가하여 국민을 호도하는 경향이 있다. 40여 년 전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가 정착하기 전에는 핵무기가 국력과 국위의 상징이었지만, 오늘은 불법과 폭력의 상징이다. 아래와 같은 이유로 핵무장은 우리의 옵션이 아니다.
첫째, 핵무장은 국제법상 '불법'이며, 국제법, 유엔안보리결의 등의 비확산 의무를 위반한다. NPT에 따라 1967년까지 핵무기를 개발한 5개 국만 합법적 '핵국'으로 인정받지만, 기타 모든 나라는 '비핵국'으로서 핵비확산 의무를 진다.
따라서 북한 이란과 같은 비확산의무 위반국은 안보리에 회부되어 각종 제재를 받는다. 우리나라도 2004년 국내 연구자가 몰래 극소량 핵물질을 분리한 '미신고사건'이 발생했을 때, 외교총력전을 통해 겨우 안보리 회부를 저지했지만 이 사건은 70년대 핵개발 의혹과 더불어 지금까지 낙인으로 남아있다.
둘째, 우리나라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개방되고 경제제재에 취약하여 현실적으로 핵개발 시도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국은 경제 대외의존도 100%, 에너지 대외의존도 97% 등 수치에서 보듯이 세계최고 수준의 개방통상국가이다.
그런데 한국이 핵무장을 하려면 북한이나 이란과 같이 국제통상을 포기해야 한다. 우리가 과연 식량·석유·가스·핵연료 수입 없이, 반도체·TV·자동차·선박 수출 없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감안할 때 제재 위협만 하더라도 우리경제를 수십 년 뒤로 돌려놓을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 '사실상 핵국'은 당초 NPT에 가입하지 않아 비확산의무를 지지 않지만, 그래도 국제사회는 전략물자와 원자력의 거래를 엄격히 통제한다. 미국이 예외적으로 인도의 핵무장을 인정하였는데, 이는 강대국으로서 인도의 국제적 지위를 인정하고 또한 중국 견제를 위한 세계전략 차원에서만 가능했다.
셋째, 핵무장 시도는 한미 간 갈등을 초래하고, 미국의 핵우산을 후퇴시키고, 한미동맹에 치유되기 어려운 신뢰의 손상을 초래할 것이다. 한미동맹과 핵우산은 한국의 비핵화를 전제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 정부는 핵비확산 정책과 법령에 따라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핵개발을 저지할 것이다. 중국도 동북아에서 핵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핵무장을 강하게 반대할 것이다.
일부는 핵무장의 어려움을 감안,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여 농축재처리를 확보하고 '핵잠재력'을 보유하자고 주장한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이 주장도 위험하고 현실성이 없다. 우리가 핵잠재력을 갖기 위해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려고 한다면, 미 정부는 이를 결단코 반대하고 국제사회도 미국을 지지할 것이다. 이때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우리의 정당한 농축재처리 요구마저 극심한 반대에 봉착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가능한가. 안타깝지만 완벽한 대책은 없다. 우리의 재래식 억지력 강화, 한미동맹과 미국의 확장억지력 강화, 국제사회의 북한 핵무장 반대와 한국 지지, 한국의 비확산정책 견지로 인한 도덕적 우위 등으로 우리의 안보와 경제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 가용한 대책이다. 그런데 북한 핵전력이 실체화되고 실존적 위협으로 부각되면 국내에서 어떤 비용과 희생을 치르더라도 핵무장하자는 주장이 번질 것이다. 이런 파국을 막기 위해 우리정부와 주변국은 비상한 각오로 조속히 획기적인 비핵화 전략을 세우고 이행에 옮겨야 한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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