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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한 방 그리울 겁니다

입력
2013.03.0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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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이승엽은 혼신의 힘을 다해 제 몫을 했다"고 하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국민타자' 이승엽(37ㆍ삼성)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끝내고 6일 선수단과 함께 귀국했다. 태극 마크를 달고 뛴 마지막 대회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탓에 환하게 웃을 수 없었다. '이젠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며 담담하다.

아름다운 퇴장이다. 대회 전부터 "주연보다는 조연이 되고 싶다"고 하더니 그 이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국가대표' 생활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이승엽은 역시 이승엽이었다. 비록 한국 대표팀은 1라운드 B조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투혼은 눈부셨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2승(1패)을 거두고도 득실차에서 밀려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지만 이승엽은 여전히 대표팀의 중심임을 보여줬다.

이승엽은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다. 대표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방망이가 더욱 빛을 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을 따낼 때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때까지 이승엽은 부진에 빠져있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한방을 터뜨리며 짜릿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

2006년 제1회 WBC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이끌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준결승 일본전과 결승 쿠바전에서 연이어 홈런을 터뜨리며 전승 금메달 신화의 중심에 우뚝 섰다. 늘 국제 대회 중요 경기에서 코칭스태프와 국민들의 믿음에 화답하며 멋진 플레이를 펼쳤다. 후배들을 위해 2회 WBC대회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제3회 WBC대회를 앞두고는 "마지막으로 태극 마크를 달고 국위 선양을 하고 싶다"며 대표팀에 승선했다.

이승엽은 이번 대회 3경기에서 10타수 4안타(0.400) 1타점, 3득점을 올렸다. 특히 네덜란드에게 0-5 완패를 당해 분위기가 처져 있던 호주전에서 3안타를 때려내며 첫 승리를 이끌었고, 대만전에서도 2루타를 때려내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제 더 이상 이승엽이 태극 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뛰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그 동안 대표팀에서 보여준 이승엽의 집념과 투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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