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다문화 가정이 늘면서 어느새 단일민족(Homogeneous Society) 개념이 퇴색하고 있다. ‘살색’이라는 색깔 명칭도 이제는 다른 인종의 인권 차별을 고려해 ‘살구색’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인종의 색깔 구분에 가장 민감한 것은 black이고 특히 negro 용어를 둘러싼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코드는 평등 사회 선진국에서도 매우 예민한 사항이다.
Negro가 black을 의미하는 것은 영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나 이태리어에도 있고 그 기원은 Latin어 niger에서 온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negro는 60년대 말까지 colored라는 명칭보다 더 나은 말로 통했다. Martin Luther King, Jr.목사는 ‘I have a dream(1963)’이라는 연설에서 자신을 스스로 Negro라고 불렀을 정도다. 그러나 일부 흑인 지도자들은 negro는 아프리카에서 팔려온 흑인 노예를 연상시킨다며 black라는 용어를 선호하게 됐고 이런 과정에서 ‘흑인’의 호칭은 negro, black, Black African, Afro-American, African-American 등으로 파생됐다. 인류학에서는 넓은 의미로 Negroid를 사용하기도 했고 미국의 인구 통계청에서는 인구 조사서의 인종 구분 항목에서 2010년까지는 negro라는 명칭을 사용하다가 이제는 African-American을 가장 많이 권장하고 있다.
15세기 중엽 포르투갈인들이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다가 사하라지역에 이르렀을 때 현지 흑인들을 보고는 스페인어로 black을 의미하는 negro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이때는 단순한 ‘검은 피부의 인종’이라는 뜻이었고 18세기부터 1960년대 말까지 negro는 단순히 ‘흑인’을 지칭할 뿐이었다. 민권운동이 활발하던 1950~60년대에는 negro를 대문자로 Negro처럼 표기하기도 했고 장년 노년 세대의 흑인은 Negro명칭에 대해 반감이 없었으며 오히려 black이라는 단어에 더 거부감이 컸다고 한다. 아직도 당시에 생긴 기관명이나 흑인 재단 명칭은 Negro Leagues, Negro Fund 등으로 잘 쓰이고 있다. 그럼에도 흑인을 부르는 명칭을 두고 아직까지도 예민한 사회적 정서를 감안하면 완전한 평등의 시대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각 민족별, 인종별로 과연 어느 용어로 불러야 차별적 어감이 적고 어떤 말이 더 경멸의 뜻으로 쓰이는지 다음 주에 계속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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