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도시공사 소속 환경미화원 A(46)씨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7일 여수시 월내매립장에서 쓰레기 정리작업을 하다 청소 차량 덮개에 가슴이 끼어 숨졌다. 서울 중구청 소속 환경미화원 B(당시 40)씨는 지난해 11월 14일 경기 이천시 부근 도로에서 낙엽을 실은 청소 차량이 전복돼 사망했다. 공공근로사업에 지원한 일용직 노동자 C(당시 40)씨는 2011년 11월 강원 삼척시의 한 산림지 비탈길에서 나뭇가지 치기와 볏짚 쌓기 작업을 하다 발을 헛디뎌 추락사했다.
최근 4년간 환경미화원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고용한 일용직 근로자들이 근무 중 숨지는 사고가 무려 107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충격을 주고 있다. 공무원과 민간 위탁 근로자를 제외하면 매년 평균 20명이 넘는 일용직 근로자가 사망한 셈이다.
6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09~2012년 자치단체가 시행한 사업에서 근로자 107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이들 사망자 중에는 환경미화원 22명을 포함 자치단체의 직영근로자가 55명(51%)으로 가장 많았고 ▲시설 관리와 도로ㆍ하천 쓰레기 줍기 등 공공근로 참여자 35명(33%)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7명(7%) 등이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57명(53%) ▲55~59세 24명(22%) ▲50~54세 14명(13%) 등으로 50세 이상이 전체의 90% 를 차지했다. 특히 근속기간은 6개월 미만이 67명(63%)에 달해 업무가 미숙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만큼 사고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들 사망한 근로자의 유가족에게는 가장의 목숨과 맞바꾼 산업재해 보험금만 남는다.
사고 유형으로는 도로교통사고 사망이 57명(53%)으로 절반이상을 차지했고, 추락사가 11명(10%)이었다. 또 최근 4년간 사망자가 발생한 자치단체는 전체 244곳 중 79곳(32.4%)에 달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자치단체 시행사업에서 예상보다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체계적인 산재 예방 시스템이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가 많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2011년 10월 경기 용인시의 한 도로 중앙분리대에서 한 환경미화원이 어떤 주의사항도 듣지 못하고 제초작업을 하다 과속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사망사고 등 산재 예방을 위한 총괄 관리 부서를 지정, 운영토록 자치단체에 권고했지만 실제 이행률은 4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현재 산업안전보건관리 부서를 지정한 자치단체는 94곳(38.5%)에 불과했다. 지난해 산재 다발 자치단체로 공표된 22곳 중 12곳도 미지정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치단체가 산재 관리 부서를 지정했어도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산재 예방에 소홀한 자치단체에 대한 제재조치도 전무한 실정이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고용부 권고에 따라 지난 달 관리 부서를 지정했지만 근로자 관리와 교육은 소속된 부서에서 맡는 등 달라진 점이 없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앞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자치단체를 적발한 즉시 사법 처리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지만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4년간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자치단체가 사법 처리된 경우는 21건(100만원 이상 과태료 부과 43건)뿐이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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