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인문학 등 교양 강좌가 늘고 있다. 각종 공연의 원전인 문학, 사학, 철학뿐 아니라 사회학, 천문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공연 관계자와 일반인을 상대로 강연함으로써 인간과 사회, 인생과 철학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 공연장의 기능을 즐거움을 넘어선 교육과 공론의 장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국립극단은 지난해부터 철학자, 사회학자, 미술학자 등을 초청해 공연이 없는 월요일 오후 무료 인문학 강좌'월요일 오후 다섯 시'를 열고 있다. 3월 한 달 간은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의 노자 강의가 열린다. 손진책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연극인의 사유의 바탕은 인문학이 돼야 하는데 그간 새로운 아이디어 충전을 위한 철학적 고민이 많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기획 동기를 밝혔다.
두산아트센터의 상반기 공연 기획 타이틀은 '두산인문극장 2013'이다. '인간과 자연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색하기 위해 천문학, 생물학, 사회학, 인류학 등 여러 학문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다'는 취지다. 인간의 역사를 뛰어넘은 우주와 생명의 거대사, 즉 '빅 히스토리'라는 큰 주제로 무대에 올리는 3~6월 공연을 관련 강연과 함께 선보인다.
'우리가 믿는 세계는 실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본 연출가 오사카 도시키의 '현위치'를 공연하는 3월에는 이명현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의 강연 '우주, 당신을 기다립니다'가 펼쳐진다. 4월에는 인간의 유한성과 존재의 고독을 다룬 재미동포 극작가 이영진씨의 연극 '우리는 죽게 될 거야'가 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강연 '협력경쟁, 서로 도와야 함께 이긴다'와 함께 예정돼 있다.
음악과 철학적 사유를 연결시키는 음악회도 등장했다. 4월 18일에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강신주의 철학콘서트-필로소피(Feelosophy)'는 삶의 지혜를 찾는 철학의 역할과 클래식 음악에 내재된 시대적, 철학적 배경을 널리 알리고자 마련됐다. 임가진 김덕우(이상 바이올린), 이수민(비올라), 주연선(첼로)씨로 구성된 콰르텟 크네히트의 하이든 현악사중주 작품 76-3 '황제'와 작품 64-5 '종달새' 연주와 강씨의 강연이 함께 진행된다. '황제'는 2악장에 오스트리아 국가인 '황제 찬가'의 선율이 사용된 곡이며 '종달새'는 하이든이 30년 간의 궁정음악가 생활을 마무리하고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던 시기에 작곡된 곡이다. 강연 주제는 '평범한 사람들의 내면 풍경, 혹은 서러움과 히스테리'로, 기대가 좌절될 때의 설움과 다시 일어나는 새로운 기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철학콘서트는 9월, 12월에도 열릴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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