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9일 만에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및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 시민단체와 방송사 노조에 의해 고소ㆍ고발됨에 따라 검찰 수사를 받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검찰은 일단 "이 전 대통령 조사가 꼭 필요했다면 앞선 특검 수사에서는 왜 안 했겠나"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5일 이 전 대통령을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에서 "이 전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으로부터 3차례 이상 보고를 받았고, 부지 선정과 함께 아들 시형씨 명의로 매입하도록 지시한 사실 등이 (특검 수사 결과) 확인됐다"며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거부 등으로 충분히 수사되지 못한 부분까지 수사한다면 배임 혐의 입증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의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고 참여연대는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자금과 아들 시형씨의 전세자금 조성과 관련해 자금 출처에 의심이 있다"며 "특검 수사에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자금 중 (시형씨가 김윤옥 여사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땅을 담보로 대출받은 6억원 외에)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으로부터 빌렸다는 현금 6억원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는데, 이 돈이 이 전 대통령 부부의 돈이라면 증예세를 탈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시형씨도 부동산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전국언론노조지부 YTN지부도 이날 이 전 대통령을 민간인 불법사찰을 주도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노조는 고소장에서 "이 전 대통령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만들어 국민을 사찰하며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유용해 횡령함 혐의(업무상 횡령), 직권을 남용해 공무원들을 언론인 등의 불법 사찰에 동원한 혐의(직권남용)가 있다"고 주장했다. YTN지부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권재진 법무부 장관,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 4명도 고소ㆍ고발하고, 이 전 대통령 등 5명을 상대로 각 2,000만원씩 총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앞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사건 특검팀은 '법률상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가 면제돼 조사해도 기소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상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조사가 가능하다.
또 시형씨가 특검 소환조사에서 "아버지의 뜻에 따라 돈을 마련했으며, 지분 비율과 매매대금 차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진술하는 등 이 전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에 직ㆍ간접으로 관여한 정황이 있는 만큼 피고소ㆍ고발인이 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검찰이 전직 대통령 조사라는 칼을 쉽게 꺼내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먼저 고소ㆍ고발장을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현직 대통령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아니라 기소할 수는 없지만 수사기관이 조사도 못하게 돼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조사 필요성이 있었다면 앞선 특검 및 검찰 조사에서 이미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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