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과 2012년 한국 프로스포츠는 승부 조작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선수들과 브로커들이 연루된 대규모 승부 조작 파동은 사회 문제로 비화돼 한국 스포츠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이번에 농구계마저 강타한 승부 조작과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불법 도박의 실태는 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유일의 합법 베팅 사이트는 스포츠토토 뿐이다. 스포츠토토 매출액은 지난해 약 2조6,000억원이었으며 그 중 국내 남녀프로농구와 미국프로농구(NBA)를 대상으로 하는 농구 종목의 매출액은 전체 약 9%인 2,500억원으로 조사됐다. 2001년 도입된 스포츠토토는 불과 12년 사이에 매출액이 급성장했다. 스포츠토토 관계자는 5일"매출 규모는 축구가 가장 많고 야구와 농구가 비슷한 수준, 그 다음이 배구 순"이라고 밝혔다.
반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도박시장의 매출액은 2012년 기준으로 약 75조원에 달한다. 그 중 사설 스포츠토토의 시장규모는 7조6,000억원에 달한다. 합법적으로 발행되고 있는 체육진흥투표권의 연간 시장 규모의 약 3배에 이르는 수치다. 최충열 사행산업통함감독위원회 경감은 "2011년 불법 사이트 신고 건수는 1만3,755건에 달했고, 실제 사이트 개수는 신고 건수보다 최소 10배는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는데다 '대포 폰'이나 '대포 통장'을 사용하기에 적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스포츠토토는 만 19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는 반면 사설 도박은 연령 제한이 없어 정확한 시장 규모조차 짐작하기 어렵다.
2011년 형사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불법 베팅 사이트의 운영 실태에 따르면 최단 1개월에서 최장 20개월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죄 사실이 확인된 사이트의 경우 평균 6.9개의 대포 통장을 사용했고, 적발된 사이트의 평균 회원수는 1,439명이었다.
치밀하고 전문화된 조직 체계까지 갖추고 있다. 해외 서버 운영, 게임 관리, 홍보 등을 맡는 사이트 운영 관리와 해외 계좌 관리, 국내 입출금 관리, 회원 모니터링 등을 담당하는 자금 운영관리 부문으로 나뉜다. 적발된 사이트 별 평균 관련자 수는 6.65명이며 최소 1명부터 최대 31명까지 연루됐다. 관련자가 31명인 경우 5개월간 5개 사이트를 운영하며 무려 50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포츠토토에서 발행하는 복표는 크게 토토와 프로토로 구분된다. 그 중 농구 토토는 주말 열리는 국내 프로농구와 NBA 14경기의 승패를 맞히는 승5패 방식과 2경기 또는 3경기의 점수대를 맞히는 스페셜 방식, 그리고 1경기의 전ㆍ후반 점수대를 예상하는 매치 방식으로 나뉜다. 프로토는 승부식과 기록식으로 구분되는데 승부식은 국내외 축구, 야구 등 스포츠 경기를 선정하고 각 경기 승부에 미리 배당률을 정해 주면 구매자가 그 중 2~10개 승부를 골라 베팅한다. 결국 스포츠토토의 농구는 최종 결과를 맞히는 방식뿐이다.
모 구단 사무국장은 "직원들이 재미 삼아 모의 베팅을 해 본 적이 있지만 단 한 번도 맞히지 못했다. 야구와 축구와 달리 최소 50점 이상이 나는 농구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감독과 선수가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 승부를 조작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법 도박 사이트는 첫 자유투나 첫 3점슛 등 세밀한 항목까지 구분돼 있어 '검은 손'의 유혹이 우후죽순처럼 뻗쳐 있다.
2011년 드러난 프로축구 승부 조작의 경우 수비수와 미드필더, 공격수, 골키퍼가 어우러져 이뤄낸 종합적인 조작이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는 상대 팀 공격수에게 형식적으로 수비하는 시늉만 하거나 공격수는 득점 기회에도 골을 넣지 않고 실축인 것처럼 가장했다. 골키퍼는 슈팅 각도를 좁히지 않고 골대 근처에 머물러 상대 팀 공격수의 슈팅을 의도적으로 허용하는 방법이었다.
지난해 강타한 프로야구 승부 조작은 고의 볼넷과 같은 경기 일부의 기록을 조작하는 것이었고, 프로배구 역시 고의 범실로 점수를 허용하는 것이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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