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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법률시장, 대형로펌이 절반 가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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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법률시장, 대형로펌이 절반 가져가

입력
2013.03.0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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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규모 3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국내 법률시장. 종전에는 기업 자문 영역에서 대부분의 수입을 올렸던 대형 로펌들은 2011년을 기점으로 민ㆍ형사 사건을 가리지 않고 '싹쓸이' 수임을 하면서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대형 로펌의 법률시장 독식 현상은 2011년 7월 국내 법률시장이 개방되면서 본격화됐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영미 로펌이 들어온 이상 기업 자문 영역을 상당부분 내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국내 대형 로펌들은 이때를 전후해 수입구조 다변화를 본격화했다. 이들 로펌이 첫 타깃으로 삼은 것은 거액의 수임료 및 성공보수를 받을 수 있는 형사합의 사건이었다. 대형 로펌 입장에서는 이미 구축한 '전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어 판을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시장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매년 법원ㆍ검찰 고위직 간부 3, 4명씩을 영입하던 대형 로펌들은 2011과 2012년에는 각각 5~10명 정도씩 전관들을 활발히 영입했고, 그 효과는 지난해부터 뚜렷이 나타났다. 대형 형사사건을 거의 전담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에 지난해 배당된 총 1,853건의 사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소송 규모가 작은 개인횡령 및 경합범 사건을 제외한 1,000여건 중 절반이 넘는 523여건을 대형 로펌들이 수임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MB정권의 로펌'이라 불리던 법무법인 바른이 112건으로 가장 많은 사건을 수임했고, 화우가 89건, 태평양이 77건으로 뒤를 이었다. 광장, 세종, 율촌도 각각 53건, 48건, 44건을 수임했고, 개인 변호사 형태로 사건을 수임해 통계에 잡히지 않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도 바른에 조금 못 미치는 100여건을 수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의 한 관계자는 "3년 전만 해도 이름을 들으면 '아 그 사람'했던 전관 변호사들이 주로 형사합의 사건을 수임했는데, 전관예우법 실시 이후 큰 사건은 예외없이 대형 로펌들이 가져갔다"며 "선임계에 이름은 없지만 퇴직한 지 얼마 안된 전관 변호사들이 소송을 끌어오거나 재판 전략 구성 등에 기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의 문어발식 확장은 대여금ㆍ약정금 소송 등 일반 민사사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형 로펌들이 일반 민사소송 당사자들을 끌어들이는 과정에 '덤핑' 전략을 쓰는 경우가 이어지면서 업계의 원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중형 로펌의 한 민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고객들이 '대형 로펌에서 1,000만원 정도 더 싸게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계약을 안하는 경우가 최근 2년 사이 셀 수도 없을 정도"라며 "형사합의 사건에 이어 일반 민사사건까지 다 가져가면 다른 변호사들은 어떻게 먹고 살란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변호사협회의 한 고위 간부는 "전관예우법이 시행된 2011년 이후 대부분의 전관들이 대형 로펌으로 이동한 영향 때문에 기업 자문 영역 외에도 민형사 사건에서 대형 로펌의 매출이 상당히 늘고 있다"며 "전체 법률시장 매출의 절반은 이들이 가져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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