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그레그 전 미국 대사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대화가 가능한 인물로 판단되기에 박근혜정부는 냉정을 유지하면서 북한 측과 대화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에서 주최한 학술회의 참석차 방한한 그레그 전 대사는 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최근 미국 프로농구 선수출신인 데니스 로드맨을 북한에 초청하는 등 한국과 미국에 대화를 위한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레그 전 대사는 "김정은은 핵능력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워싱턴과 서울을 위협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그는 '우리를 진지하게 우호적으로 생각해주지 않으면 핵능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많은 강경파 한국인들과 미국인들이 북한을 '악마화(demonization)'하고 있는데, 북한을 비난하고 대북 강경노선을 취하는 것은 쉽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다"며 "북한과 신뢰를 쌓을 수 있을 정도의 고위급에서 장기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 설정과 관련, "지금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중국과 협력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나 부모를 흉탄에 잃는 등의 안타까운 과거에 대해 언급 했더니 박 대통령이 '희망을 갖고 미래를 봐야지 어두운 과거를 봐서는 안 된다'며 미래지향적인 말을 하길래 매우 강인하고 지략이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87세의 그레그 전 대사는 1973년부터 76년까지 미국 중앙정보부(CIA) 한국지부 책임자를 지낸 뒤 89년부터 93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했으며, 대사 직 퇴임 이후에는 2009년까지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맡는 등 미국 내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납치사건과 사형선고 사건 와중에 김 전 대통령을 구명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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