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야당의 정면 대치로 입지가 좁아진 새누리당이 활로 모색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당의 존재감 상실 위기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 불발로 이어졌다는 자성론도 잇따르고 있다.
5일 긴급 소집된 새누리당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선 "무기력한 여당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내 구주류 친이계 좌장이었던 5선의 이재오 의원은 "청와대와 야당이 맞설 경우 여당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며 "교착 상태에 빠진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집권 여당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4선의 정병국 의원은 "지금 여야는 서로 무엇을 주장하는지 목적이나 취지도 모르고 싸우기만 한다"며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친박계인 정우택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하나라도 바꿀 수 없고, (원안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 타협의 소산은 국회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여당이라고 해서 청와대가 그 말을 했다고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야당을 달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야당과 계속 파트너로 일해야 하는데 소 몰듯이 하면 안된다"며 "야당이 우려하는 부분을 들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중진의원들은 "이대로 가다간 청와대가 아닌 여당이 망한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한구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 쪽에서 걱정하는 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항을 제시해오면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경일변도인 청와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국회에서 여야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전날 담화 때문에 (협상이) 조금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다"며 "너무 강수를 둬서 야당을 궁지에 몰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원내대표단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야 협상을 담당해 온 원내대표단이 (총사퇴 등) 중대 결단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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