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어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폐회했다. 새누리당은 3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하고 8일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방침을 밝혔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여야 정치권과 청와대는 여전히 네 탓 공방만 펼칠 뿐 한발씩 양보해 접점을 찾을 기색이 안 보여 새 정부의 국정표류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취임 9일째를 맞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 일정을 잡지 못했으며 새 정부의 국무회의도 2주째 열리지 못했다. 현재 내각은 정홍원 국무총리만 정식으로 임명됐을 뿐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끝난 장관후보자들도 임명장 수여가 보류돼 정상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각 부처는 고위공무원이 중심이 돼 최소한의 현안만 챙기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도 국가안보실 등 신설 조직의 참모진 임명이 늦어져 정상적 업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 말대로 '식물정부' 상태다.
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핵심 쟁점은 방송 진흥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다. 그 중에서도 종합유선방송국(SO) 법령 제ㆍ개정권 귀속 문제가 최종 쟁점이 되고 있다. 4일 밤 늦게까지 진행된 협상에서 새누리당은 SO의 인ㆍ허가권은 지금처럼 방송통신위에 두고 SO 관련 법령 제ㆍ개정권만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SO 인ㆍ허가권과 법령 제ㆍ개정권을 모두 방송통신위에 두자고 맞서 합의점 도출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는 이 문제가 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를 지연시켜 새 정부를 식물정부로 만들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과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전체 업무 중 방송 관련 업무는 3%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야당 주장을 받아들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껍데기만 남는다는 식으로 사태를 과장하고, 야당은 근거가 불분명한 방송장악 의도를 의심하며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작은 명분에 집착해 기세싸움을 벌이며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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